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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피해 불보듯… '돈 남을까봐, 지원 더 못 한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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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초유의 경제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는데도 정부가 소비 진작에 무게를 둔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계획대로 추진할 뜻을 밝혀, 정부 경제팀 상황 판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코로나 재확산으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 등에 대한 연내 추가재원 확보에도 “예산을 늘렸다가 다 못 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한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규모를 늘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정부도 방역상황을 어느 정도 생각하면서 2차 추경안을 세웠다”고 밝혔다. 추경안 ‘원안 고수’ 방침을 강조하며 정치권이 주장하는 추경 재편성(리셋) 요구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하자 정치권은 2조 원의 국채 상환을 축소해 추경 예산을 증액하거나, 내수 진작에서 피해 지원으로 추경안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에도 “추경안 심의에 급변한 방역상황을 적절히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 전면 재조정에 부정적이다. 정치권이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한 지난주부터 추경 '리셋'을 요구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홍 부총리의 답변은 '거부' 의사를 공표한 것에 가깝다.
특히 정치권에서 가장 긴급하게 요구하는 소상공인 추가 지원 요구도 홍 부총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국회와 협의해 봐야 하지만, 2차 추경 정부안에 편성한 소상공인 대상 최대 900만 원의 희망회복자금 액수를 더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10월부터 시행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에 추가 재원을 확보하자는 주장에도 "더 필요한 재원은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추가하겠다"며 반대했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시행으로 집합금지·영업제한 적용을 받는 업체가 96만 곳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확보한 6,000억 원의 예산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과도하게 예산을 책정하면 다 못쓸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예산이야 남으면 내년으로 넘겨서 쓰면 되지, 돈 남을까봐 예산을 편성 못 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기존 6,000억 원으로 손실 보상을 한다는 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4차 확산에도 정부가 안일하게 나오는 것을 보니 (정부에 대한) 믿음이 안 간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B씨도 "거리 두기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만 넘기면서, 정작 지원에는 인색하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 밖에도 홍 부총리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이란 비판을 받는 소비쿠폰 발행에 대해서도 “방역당국과 협의해 1차 백신 접종률이 50%, 70% 됐을 때 발급하기로 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올해 4.2% 경제성장률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준비한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4차 대유행이라는 큰 변수가 발생했는데도, 정부가 기존 정책만을 고수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예산 불용' 등을 이유로 소상공인 지원 재원 확보에 미온적인 것은, 대표적인 '복지부동'식 공무원의 안일한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정책은 민간 경기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소상공인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 마당에 재난지원금과 소비쿠폰 발급, 카드 캐시백에 12조 원 가까운 돈을 쓰겠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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