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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유혈 묘사 정말 '국내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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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자들의 연설에 대한 워싱턴 전문가들의 보편적 해석은 그것이 '국내용'이라는 것이었다. 오래된 습관은 버리기 힘들다. 최근 '외세'(미국)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낸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 연설도 같은 식으로 일축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분석의 오랜 관성을 재고해야 할 때다.
7월 1일 시진핑은 마오쩌둥처럼 인민복을 입고 톈안먼 망루에 올라 7만 명의 관중 앞에서 "우리는 어떤 외세도 우리를 '업신여기거나, 억압하거나, 예속'(欺負、壓迫、奴役)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다음 큰 논란이 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중국 관방 신화통신사의 공식 영문 번역본에 따르면 "누구든 그렇게 시도하면 14억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만든 거대한 철벽과 충돌(collision)할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어 원문은 그 표현이 훨씬 더 생생하고 섬뜩하다. 시진핑이 한 말은 "누구든 그렇게 하려는 망상(妄想)을 가진다면... 벽에 머리를 찍고 피를 흘릴 것이다"(?得頭破血流)였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이러한 폭력적 유혈 묘사 표현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곧 일부 워싱턴 전문가 사이에서는 시진핑의 발언이 '국내용'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태평한 관성적 사고와 분석적 게으름은 한국 내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다.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시진핑 이전 30년 동안 이것이 중국을 바라보는 매우 유용한 해석의 프레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야망을 과소평가할 이유는 부재하다. 미국외교협회(CFR)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박사는 시진핑의 등장을 중국 지도부 분석에 있어 '혁명'으로 특징지었다. 중국은 이제 시진핑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 지도자를 분석했던 틀에 시진핑을 끼워 맞춰서는 중국을 오독할 수 있다.
추상적인 정치적 의미와 숨겨진 뉘앙스로 연설을 가득 채운 그의 전임자들과 달리 시진핑은 자신감이 충만하고 본인의 의지를 기꺼이 표명한다. 일례로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두 시간에 걸친 전화 통화 당시 그는 '중국이 미국을 초월하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2020년 말 기준 미국의 71%까지 추격한 중국 경제력의 자신감에 기반한 시진핑의 직설화법에 우리는 더욱 익숙해져야 할지도 모른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톈안먼 광장에 모인 7만 명의 중국인들이 위의 시진핑 연설 대목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의 집단적 공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관중이 강렬하게 호응한 다른 두 대목은 '대만 통일'과 '중국몽 실현'을 피력한 부분이었다.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대만 통일은 중국인들의 염원이다. 또한 아편전쟁 후 '치욕의 100년'을 극복하고 세계 1등인 미국을 초월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서사하는 중국몽은 14억 중국인들을 단결하게 만드는 트라우마다. 시진핑은 중국인들의 이러한 집단 열망을 영리하게 잘 이용한다.
결국 시진핑의 연설은 미국과의 경쟁 본격화를 선언하고 중국 나름의 신세계 질서 추구를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중국이 '구세계'를 해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세계’를 건설하는 것도 잘한다"고 했다. 이것이 중국이 궁극적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겠다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선언인지는 역사의 몫이다. 시진핑의 연설 중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중국이 세계에 적응하는 시기는 끝났고, 세계가 강해진 중국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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