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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가 없다... 혼자 싸우는 이준석, '외로운' 리더십

입력
2021.07.13 04:30
수정
2021.07.13 10:5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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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여가부)·통일부 폐지론에 거듭 불을 붙이고 있지만, 국민의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대표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이른바 '호위무사' 의원들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리스크'가 커지는 게 아니냐"고 성토하거나, "이 대표 주장은 당론이 아니다"라며 당대표 발언의 무게를 축소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토론배틀'로 뽑은 당 대변인들이 이 대표를 엄호하기엔 '화력'이 충분하지도 않다.

취임 한 달 만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



이준석의 통일부·여가부 폐지 주장? "당론 아닌데"


이 대표는 12일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에 거듭 기름을 부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가부와 통일부는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 대표의 목소리는 공명(共鳴)하지 못했다.

4선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밀어붙이니) 통일부 무용론이 나올 만하지만, 내년 대선에서 집권해 통일부를 제대로 운영하면 된다"며 통일부 폐지론에 다시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다른 의원들도 "이 대표 개인 생각"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여가부·통일부 폐지에 대해선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르다"며 당론으로 결정하려면 의원총회를 열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이준석 엄호' 안 나서는 국민의힘, 왜?

당대표의 발언은 그 자체로 정당의 정치 행위다. 국민의힘이 일사불란하게 이 대표를 엄호하지 않는 건 왜일까. 무엇보다 '성과 없는 부처는 없애야 한다'는 발상이 공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정 부처를 폐지 하느냐 마느냐는 대선을 앞두고 당이 에너지를 쏟을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토론배틀'을 통해 '원외 대변인단'을 구성한 영향도 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대변인들이 '부처 폐지 반대론'을 재반박하기엔 역부족이다. 12일까지 관련 주제로 논평을 낸 건 국회의원인 황보승희 대변인뿐이다. 이 대표가 '나 홀로 싸움'을 끌어가는 형국이다.

이 대표가 '존중받는 당대표'로 안착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선주자급이었거나 다선 의원 출신이었다면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라며 "'이준석, 얼마나 하나 보자'고 팔짱 끼고 지켜 보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오른쪽)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오른쪽)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의 적은 이준석" 우려가 현실로?

취임 초기 이 대표는 '공존'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중진 의원을 당직에 삼고초려 하거나 '듣는 태도'를 취해 찬사를 받았다. 여가부·통일부 폐지 논쟁을 이어가는 이 대표의 모습은 '공존'과는 거리가 멀다. '말'에 능한 이 대표가 능력을 과신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 대표가 논쟁에서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계속 사안을 확대시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대표는 10가지를 잘해도 1가지를 잘못하면 사달이 나는 자리라는 것을 이 대표가 깨닫고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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