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 교육, 예산 부족에 하는 둥 마는 둥

입력
2021.07.12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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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있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지난 8일 진보대학생넷, 한국청년연대 등 학생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온전하게 만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지난 8일 진보대학생넷, 한국청년연대 등 학생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온전하게 만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중대재해법과 같은 ‘엄벌주의’ 방식을 통해서만 산업재해(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을까.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산재예방을 위한 전폭적 투자와 내실 있는 산재예방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대재해법(16조)에 정부의 중대재해 예방사업 수립ㆍ시행 의무를 명시하고 이행사항을 국회에 반기별로 보고하도록 한 이유다. 정부 역시 올해 산재예방 사업 관련 예산을 지난해(4,198억 원)보다 2배 이상 증액된 9,770억 원으로 편성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방호장비, 추락방지 시설 등을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클린사업’, 위험기계 기구 구입ㆍ설치자금을 융자해주는 융자사업 등이 전체 예산의 76%를 차지한다. 고용노동부 내 산업안전 조직도 7월부터 산업안전보건본부로 확대(현장 인력 106명 증원)됐다.

산재예방 예산이 대폭 증액되고 관련 조직이 커진 점은 반길 일이지만 정작 산재예방 교육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고 내용이 부실한 건 여전하다. 상시적 공기(工期) 단축 같은 구조적 문제도 풀어야 하지만, 개인들의 안전의식 고취도 병행돼야 산재 예방에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선 반복적인 예방교육이 필요하지만 올해 산재예방교육과 관련된 정부 예산은 172억 원(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교육 예산)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박 겉핥기식 교육도 다반사다. 수도권에서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48)씨는 “외부에서 전문강사를 불러 산재예방 교육을 시켰더니 약속된 1시간 중 30분 넘게 보험 광고만 하더라”라며 “교육을 시켜도 종업원들이 실제로 교육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평소 관리감독하는 기관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기업은 사정이 좀 낫지만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고사례를 중심으로 생생하게 풀어가야 하는데 기업에서는 과거 발생했던 사고 사례 거론을 금기시한다”며 “현장 맞춤형 산재예방 계획 수립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부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특히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예방 교육이 중요하다"며 "인력과 예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장의 교육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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