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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국방부마저 공군 성추행 사망 부실수사… 장관 사퇴해야"

입력
2021.07.12 14:30
수정
2021.07.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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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군에 수사 못 맡겨" 국정조사·특검 촉구
가해자 증거인멸 정황 알고도 불구속 수사 방침
'지휘 정점' 법무실장은 3차례 소환 불응에도 방치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군인권센터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복무 중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총체적 부실 수사"라고 질타했다. 센터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재차 촉구했다.

센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엄단 지시에도 진상 규명에 대한 유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은 서 장관은 부실 수사에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국회는 더 늦기 전에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통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성역 없이 규명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지금까지 해당 사건을 자체 조사한 결과가 담긴 중간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이모 중사는 강제추행 사건 발생 3일 뒤인 올해 3월 5일 가해자를 포함한 상관들의 사건 은폐 및 무마, 증거인멸 정황을 소속 부대 군사경찰에 진술했다. 증거인멸은 구속 요건에 해당하지만 군사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방침을 정했다.

구속을 피한 가해자 장모 중사는 3월 한 달간 범행이 발생한 차량에 동승했던 후임 부사관을 입건 직후와 송치 직전 두 차례 따로 만나 탄원서 작성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센터 측은 "이처럼 가해자의 증거인멸 정황은 차고 넘쳤지만 군사경찰은 초동수사부터 송치까지 일관되게 불구속 수사 방침을 견지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군검찰을 향해서도 "3월 8일 사건을 처음 인지하고도 2개월 가까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은 3월 25일 받은 이 중사 부친의 탄원서를 한 달 동안 방치하다 4월 23일에야 군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군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은 시점은 4월 7일이었으나 수사는 개시되지 않았고 피해자는 5월 2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지난달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보고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지난달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당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의 보고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센터는 이 중사가 죽음으로 사건을 폭로한 후에도 군 수사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당초 숨진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라고 사건보고서에 적시했다가 국방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단순 사망사건'으로 허위 보고했고, 국방부 장관은 이를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감사·지시를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게 센터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보고서 수정을 주도한 공군 군사경찰단장을 허위보고 혐의로 기소했다.

센터는 또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참고인 소환조사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한 점을 지적하며 "합동수사단이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공군 법무실장은 범죄 발생부터 사후 처리까지 모든 과정의 정점에 있는 공군 검찰 수장으로, 전 실장은 이번 사건 수사를 부실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실장은 국방부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오후 뒤늦게 출석했다.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16일 전 실장의 휴대폰을 압수했지만, 공무용이 아닌 개인용 휴대폰이고 그마저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아 디지털포렌식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측은 "군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 뒤 여론에 떠밀려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기본적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 행위를 파편화해 나열하고, 섣부른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며 "국방부 수사기관이 제 식구인 공군 법무라인 및 군사경찰과 한통속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49일 만인 지난 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22명을 입건하고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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