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지난해 4월 완공 후에도 가동이 계속 미뤄진 신한울 원전 1호기에 대해 마침내 운영 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8시간 동안의 격론 끝에 위원 9명 중 8명의 동의로 투표 없이 조건부 운영 허가안을 의결했다. 완공 후 15개월 동안 표류해온 허가안이 처리된 데엔 김부겸 총리의 허가 건의 등 정부의 입장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허가안 의결의 이유는 혈세로 메워야 할 미가동 상태의 관리비 누적과 전력난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지연과, 이로 인한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 순연으로 증가하는 ‘신한울 제1발전소(1ㆍ2호기) 건설 사업’ 사업비는 하루 약 11억 원에 달한다. 최소 16개월이 지연된다고 칠 때 약 5,400억 원의 사업비가 추가돼야 한다. 김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이미 완성 단계의 원전을 일도 안 하고 묵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허가엔 탈원전 기조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체 에너지 기술의 충분한 경제성 도달 시점 및 정부의 ‘2050 탄소중립화 선언’의 효율적 이행을 감안해 탈원전 속도 조절 및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당정의 입장 변화로 이어진 모양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도입해야 한다”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최근 입장도 여권 내 기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루아침에 에너지 정책 기조를 또다시 급격히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신재생ㆍ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에 투입된 막대한 재정과 관련 기술개발의 여전한 필요성을 감안할 때, 현재의 탈원전 정책 목표와 원전산업 발전의 조화를 꾀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한울 1호기 허가는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에 탈원전 정책 보완의 여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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