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원격인데… 고3 직업기초능력평가는 대면 강행에 반발

입력
2021.07.11 15:32
수정
2021.07.11 15:38
12면
구독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이달 14일부터 수도권 학교가 모두 원격수업으로 전환하지만, 교육부는 13~15일 직업계 고교 3학년의 직업기초능력평가는 대면으로 치르기로 했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이달 14일부터 수도권 학교가 모두 원격수업으로 전환하지만, 교육부는 13~15일 직업계 고교 3학년의 직업기초능력평가는 대면으로 치르기로 했다. 뉴시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4일부터 수도권 초?중?고등학교의 수업이 모두 원격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교육부가 이 기간 전국 직업계 고교 학생들의 ‘등교 시험’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원격수업 기간에도 기말고사 등 지필평가는 학교에서 치를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한 것인데, 최소한 고3 백신 접종 이후로 평가를 미뤄 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11일 교육부는 이달 중순 예정된 전국 직업계고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21년도 직업기초능력평가’를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계열 3학년은 13~15일 중 하루 등교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시험을 치르게 된다.

직업기초능력평가는 취업 전 필요한 기초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언어, 영어, 수리, 업무처리, 직장적응 등 5개 영역을 5등급 체계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시험 응시는 필수가 아니라 권장 사항이지만, 통상 시험 대상자의 90%가 응시한다. 교육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주관하는 데다 직업계고 교사들의 진로상담 자료로 쓰이고, 일부 기업들이 고졸 사원 채용 때 이 시험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직업기초능력평가 홈페이지.

직업기초능력평가 홈페이지.

문제는 이 시험이 인터넷 기반으로 학교 컴퓨터 실습실에서만 실시된다는 점이다. 반드시 ‘등교’를 해야 볼 수 있고 컴퓨터 키보드를 공용으로 쓸 수밖에 없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특성화고 3학년은 7만여 명이고, 수도권만 3만1,600여 명(2020년 교육통계 고2 기준)에 이른다.

서울의 한 마이스터고 교장은 “교육청에 평가 연기를 요청했지만, 비수도권 고3은 계속 등교하는 만큼 평가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평가 기간만이라도 3일에서 며칠 더 늘려 ‘분산 등교’를 실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부가 "문제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불가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 교장은 “문제 유출이 우려되면 애당초 3일에 걸쳐 시험을 보는 규정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황당해했다. 다른 특성화고 교사도 “해당 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시험 응시 여부만 적을 수 있다”며 교육부의 평가 강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2학기에 평가를 진행해도 학생 취업 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급기야 시험을 미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로봇고 3학년’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9일 “아직 백신도 접종하지 않은 학생들이 시험 전날 기숙사에 입소해 대면 시험을 봐야 한다”며 연기를 요청했다. 전국 단위 마이스터고인 서울로봇고는 비수도권 학생들를 위해 기숙사를 운영한다. 이 학교는 서울의 다른 학교들보다 이틀 앞선 12일부터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하는데, 직업기초능력평가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시험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격수업 기간에도 기말시험 등 지필고사는 예외적으로 등교해 치를 수 있다”면서 “비수도권 직업계고에선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요구가 많아 고민 끝에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기반의 절대평가이지만 "각 가정에서 접속할 수 있는 서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재택 응시는 불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