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 금지, 쌀은 10포대만'... 4만 명 우롱한 미얀마軍 휴전

입력
2021.07.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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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군부 선봉' 민닷서 무늬만 휴전
물품 반입 제한… 기아, 질병 여전?
코로나19 발병에 더 큰 위기 우려?
임산부, 유아, 노인 희생자 잇따라

군부 탄압이 무서워 밀림으로 피한 미얀마 민닷 주민들. 이라와디 캡처

군부 탄압이 무서워 밀림으로 피한 미얀마 민닷 주민들. 이라와디 캡처


"쌀은 부족하고 의약품은 아예 못 들여옵니다. 굶주리거나 아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다 마을 공동체 자체가 사라질 것 같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최근 저항 세력과 휴전에 합의한 친주(州) 남부 민닷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다. 11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12일간 이뤄졌던 임시 휴전은 이날 다시 14일까지 열흘 연장됐다. 일부 주민이 '유령 도시'가 된 마을로 돌아오고 있지만 무늬만 휴전일 뿐 주민들의 처지는 곤궁하다.

쌀은 지역 전체에 하루 10포대(포대당 약 45㎏)만 반입이 가능하다. 의약품은 반입 금지 품목으로 묶여 있다. 가구당 쌀 구매를 한 달에 한 봉지로 제한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부분 주민이 옥수수 등으로 연명하는 상황이라 현재 허용된 쌀 반입량은 매우 부족하다" "약을 가져오는 사람은 누구든지 군인들이 체포하는 상황이라 감히 약을 마을로 들여올 수 없다" "산간벽지엔 아직도 아픈 사람이 많다" 등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계엄령이 선포된 뒤 거리에 돼지들만 돌아다니고 있는 미얀마 친주 민닷 마을. 미얀마나우 캡처

계엄령이 선포된 뒤 거리에 돼지들만 돌아다니고 있는 미얀마 친주 민닷 마을. 미얀마나우 캡처

군부는 주민들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식량과 의약품이 저항 세력에 전달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될 뿐이다. 휴전 소식에 밀림에 숨어 있던 일부 주민이 돌아왔지만 군부의 제한 조치에 이내 실망하는 분위기다. 다시 숲으로 떠난 주민도 있다.

설상가상 이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주민들은 "방역 관리를 이유로 일대가 봉쇄라도 되면 식량 구하기가 힘들어져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역 공동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미얀마 친주 민닷 주민들이 군인들을 피해 마을을 떠나고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미얀마 친주 민닷 주민들이 군인들을 피해 마을을 떠나고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약 4만 인구의 민닷은 군부 쿠데타 이후 구식 사냥총 등을 들고 가장 먼저 무장 반(反)군부 투쟁에 돌입한 곳이다. 4월 초부터 시민들의 무력 저항이 거세지자 5월 군부는 헬기와 중화기를 동원한 대규모 진압으로 마을을 장악한 뒤 계엄령을 선포했다. 저항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해 인간 방패로 앞세웠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은 급히 집을 떠났다. 피란민은 2만여 명으로 추산되며 주민 90% 이상이 떠난 마을도 많다. 식량과 의약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불안정한 민닷 상황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탈출하다가 임산부, 유아, 노인 등 총 7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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