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과 네거티브

입력
2021.07.11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선언 이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지만, 첫 열흘은 '역사논쟁'으로 점철됐다. 파주=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마 선언 이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지만, 첫 열흘은 '역사논쟁'으로 점철됐다. 파주=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집중 견제 대상이다.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라며 여배우 스캔들을 정면 돌파하려던 이 지사가 “지나쳤던 것 같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급기야 이 지사가 토론회 대기실에서 바지춤에 손을 넣어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검증의 도를 넘은 악의적 네거티브라며 강력 대응하면서도 캠프는 경계를 늦추지 못한다. 향후 경선과 본선의 공세 강도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검증 공세가 한창이다. 정치 신인이라 언론 검증부터 시작됐고, 장모와 부인이 검증대에 미리 올랐다. 숱한 송사에 휘말린 장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으로 구속된 가운데 SNS상에서는 부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폭로되고 있다.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다”며 장모 사건에 선을 그었던 윤 전 총장도 X파일의 ‘쥴리’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 해명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달리했다. 부인의 사생활 문제는 정치 지도자의 자격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 역대 대선에서도 후보의 자격 검증은 거칠게 진행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내내 ‘빨갱이’ 프레임에 시달렸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북한군 부역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사건의 덫에 걸렸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도덕성 검증을 가장한 이념 공세가 횡행했고 2007년 대선처럼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 험악하기도 했다.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했다.

□ 대선 국면에서 후보 본인은 물론 가족의 도덕성까지 검증 대상에 오르기 마련이다. 가족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해도 후보의 배우자와 자녀가 검증 터널을 우회할 방법은 없다.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돌파하지 못해 두 차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경우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럼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이냐”라면서 장인으로 확장된 가족 검증을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네거티브 검증이 때로는 되치기 역풍에 당할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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