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故 박윤배 딸의 눈물 "일찍 이혼한 父, 총각처럼 살았다"

입력
2021.07.09 13:34
故 박윤배의 이야기가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에서 공개된다. MBC 제공

故 박윤배의 이야기가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에서 공개된다. MBC 제공

故 박윤배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9일 방송되는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이하 '전원일기 2021')의 4부 '위대한 유산' 편에는 '전원일기'의 또 다른 주인공, 양촌리 주민들이 총출동한다.

부인이 도망간 뒤 홀로 아들을 키우는 노마 아빠 역의 이계인은 '전원일기'의 인기를 실감케 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녹화를 마치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택시가) 부웅 오더니 '내가 공짜로 태워줄게요. 노마 아빠 내 차 타세요'라고 했다. 그분이 홀아비고 부인이 도망 갔다고 했다. 그래서 TV에 노마 아빠 나오면 무조건 운다더라"고 말했다.

양촌리 유일의 가게 주인 쌍봉댁 역을 맡았던 이숙은 "애초에 나는 노마 아빠랑 극 중에서 연결되고 싶어서, 작가님께 부탁도 드리고 했다. 그래서 극 중에서 괜히 지나가는 노마에게 먹을 것도 쥐어 주고 잘해주는 신도 생기고 했었다"며 웃었다. 그러나 극 중에서 노마 엄마가 돌아오는 바람에 쌍봉댁의 로맨스는 물거품이 됐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노마 아빠 이계인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쌍봉댁과 결혼에 골인한 노총각 응삼이 역의 박윤배 또한 시청자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전원일기' 방영 당시 실제로 농촌 청년들의 결혼난이 사회적 이슈였기에 응삼이의 짝사랑 실패, 소개팅 실패 등은 시청자들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박윤배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전원일기' 식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故 박윤배는 '전원일기' 촬영 날이면 집에서부터 밀짚모자를 쓰고 응삼이의 모습으로 나섰다. 그의 딸은 아버지 사망 이후 처음으로 '전원일기 2021' 제작진과 만나 故 박윤배가 여생을 보낸 집과 그의 유품을 공개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전원일기'는 마음의 고향이었던 거 같다. 평생 잊지 못하고, 평생 기억에 남고 평생 추억이 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어머니와 일찍 이혼하고 50년 가까이 총각처럼 살아온 아버지는 언젠가부터 자신과 '전원일기' 속 응삼이를 동일시해오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양촌리에서 유일하게 연애결혼에 성공한 개똥이네 커플 또한 반가운 모습을 드러낸다. 김혜자의 조언으로 느리고 착한 말투로 캐릭터를 잡았다는 개똥 엄마 이상미는 "극 중에서 작가님이 출산하라는 대본을 안 써주셔서 2년 넘게 임신하고 있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다 저를 '전원일기' 속 임신한 여자로 알아봐 줘서 내심 계속 배부른 상태로 있고 싶기도 했었다"고 속내를 밝히며 "저희한테도 연락이 와서 너무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양촌리 주민들의 유쾌하고 가슴 찡한 사연들은 이날 오후 8시 50분 '전원일기 2021'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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