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추왓추] “완전 통제 가능” 큰소리 치고선… 미국은 코로나에 어떻게 무너졌나

입력
2021.07.10 10:30
수정
2021.07.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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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다큐멘터리 영화 '토탈리 언더 컨트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세계 최강 국가 미국은 코로나19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세계 최강 국가 미국은 코로나19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각 나라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승리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국민의 안녕이라는 고지를 나름 잘 지켜내는 국가가 있는 반면 코로나19에 철저히 유린된 나라도 적지 않다. 미국은 초강대국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후자에 속한다. 의료과학에 있어서도 첨단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왓챠 다큐멘터리 영화 ‘토탈리 언더 컨트롤’은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정치가 과학에 개입하면 어떤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왓챠에서 '토탈리 언더 컨트로' 바로 보기


①과학자들의 경고 있었으나

다큐멘터리 영화 '토탈리 언더 컨트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토탈리 언더 컨트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을 때 세계는 반신반의했다. 설마 저런 일이 세계 전체로 쉬 퍼질까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자기 나라에 유입되어도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믿음도 존재했다. 미국이 그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으니까.

지난해 1월 20일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첫 보고된 날이었다. 미국 공중보건 관계자들과 과학자들은 빠르게 경고음을 냈다. 코로나19를 발 빠르게 효과적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적 재난을 부를 수 있다고 여러 사람이 주장했다. 정부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내심 불만이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내세우는 강력한 무기가 경제 활성화였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고무적인데 코로나19가 심각한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만으로 경제가 흔들릴 수 있었다. 복지부 장관이 “심각”해질 수 있지만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하자 트럼프는 심각은 흘려 듣고 해결만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그는 기자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마다 “완전히 통제 가능(Totally Under Control)”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②시장만능과 정치적 계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간과했다.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코로나19 확산이 별일 아닌 것처럼 포장했다고 다큐멘터리는 고발한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간과했다.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코로나19 확산이 별일 아닌 것처럼 포장했다고 다큐멘터리는 고발한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행정부 안에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사람은 없었다. 관료들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고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간부가 내쫓기는 모습을 보고선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 했다. CDC 소장 등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사람이기도 했다. 실력보다 정파성으로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라 대통령 눈치를 더 살폈다. 게다가 트럼프 주변 사람들은 시장 만능주의자들이었다. 보건에도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되고 “시장의 마법에 맡기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연방정부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식품의약국(FDA)은 진단 키트를 비상 승인해주며 빠르게 대처했는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키트가 불량이었는데 행정 절차 때문에 시정이 늦어졌다. 방역의 핵심은 진단과 추적, 치료인데, 진단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면서 골든 타임을 놓쳤다.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했고,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뉴욕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지옥문’이 열리자 각 주정부들이 각자도생에 나섰다. 연방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연방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자 트럼프는 자화자찬을 “완전한 통제 가능”이라는 절대급에서 비교급으로 변경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미국 연방정부는 그나마 잘해내고 있다고.

트럼프 정부는 야당인 민주당이 부실 대응을 지적하자 정치 공세를 위해 코로나19를 이용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자신들의 주장이 합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스크 없이 치르는 행사를 강행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제대로 된 재난 매뉴얼을 준비하지 않아 피해가 크다고 반격했다. 정작 오바마 정부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련한 매뉴얼을 의도적으로 인수받지 않은 사실은 가린 채 말이다.


③시스템 오작동… 피해는 국민만

미국은 코로나19 진단 키트 생산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미국은 코로나19 진단 키트 생산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보건의료 정책에 과학이 끼어들 틈새를 주지 않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시스템이 여러 가지로 작동하지 않자 의료인과 보건학자들은 불만을 본격적으로 표출했다. 트럼프에 호의적이었던 이들도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였다. 미국 인구가 전 세계 인구 4%를 차지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26%에 달했다.

방역 실패가 명확한데도 트럼프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코로나19 희생자가 과장됐다고 하거나 반대파의 정치적 공세라고 되풀이했다. 그 와중에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별거 아니라 했던 트럼프가 국정 공백을 감수하며 입원 치료를 받는 신세가 됐다.

다큐멘터리는 과학보다 미신, 실증보다 정치적 계산, 전문성보다는 정파성이 시스템을 지배하면서 오작동이 일어났을 때의 문제를 면밀히 파고든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위정자의 음흉한 정치 놀이 때문에 희생되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다. 코로나19만 해당되는 일일까. 어떤 사회적 재난이 닥쳤을 때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트럼프 정부의 방역 실패가 소름 돋게 하는 이유다.

다큐멘터리 '토탈리 언더 컨트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다큐멘터리 '토탈리 언더 컨트롤'. Altitude Film Entertainment 제공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에서 발생했을 당시부터 대선 직전까지 미국 정부의 대응을 꼼꼼히 분석했다. 과학보다 정치와 경제에 더 신경 쓰는 트럼프와 측근들이 만들어낸 참극은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 영화는 한국과 미국의 대응 방식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한국은 정치적 논리는 배제하고 과학자와 보건전문가에게 대응책을 맡기면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크게 줄였다. 미국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트럼프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늘어도 자화자찬하기 바빴고, 코너에 몰리자 반대파의 여론 공세에 따른 결과라고 비난했다. 국민이 희생되더라도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게 중요한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됐을 때 벌어지는 일을 다큐멘터리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전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9%, 관객 85%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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