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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떠난다" 미군 철수 확정에 불안한 아프간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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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년 전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에 묶여 있을 여유가 없다. 우리는 중국 및 다른 국가들과의 새로운 전략적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핵심 강점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를 재확인했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20주기 전까지 철군하겠다는 계획에서 8월 31일로 날짜도 앞당겼다. 2일 아프간 최대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기습 철수를 마치는 등 90% 이상의 병력과 무기가 아프간을 떠났다.
아프간 침공 목표였던 테러 조직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제거와 테러리즘 대처를 달성했기 때문에 떠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논리다. 그러나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가능성이 높아지고, 베트남전쟁 실패와 비교하는 분위기도 있다. 러시아와 터키 등 주변 국가가 움직이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아프간 철군 후유증 최소화가 향후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미군의 아프간 개입을 끝내는 결정을 할 때 이 전쟁을 무기한 지속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국가 건설을 하기 위해 아프간에 간 게 아니다”, “그들 나라의 미래는 아프간 사람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같은 냉정한 표현도 이어갔다.
2011년 빈 라덴을 사살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014년까지 현지에서 철군키로 했지만 1년씩 미뤄지면서 계속 아프간전 수렁에 빠져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올해 5월까지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바이든 대통령도 4월 철수 입장을 공개한 뒤 속전속결로 철수 작전을 밀어붙여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수십만 명의 아프간 보안군 훈련과 장비에 1조 달러를 들였고, 미국인 2,448명이 사망하고 2만722명이 부상했으며, 수천 명이 정신건강에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를 입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며 “나는 다른 결과를 달성하겠다는 합리적인 기대도 없이 다른 세대의 미국인을 아프간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전쟁을 일으킨 목적이 달성됐는데도 이곳에 발목이 잡혀 미국의 국력을 허비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5월 말 미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선 미국 성인의 62%가 아프간 철군에 찬성했고, 반대 의견은 29%에 그쳤다.
그러나 걱정은 아프간의 운명과 미국의 위신이다. 탈레반은 미국이 철수 계획을 밝힌 이후 5월부터 2개월 만에 아프간 국토 4분의 1 이상을 점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군의 능력을 신뢰한다”고 강조했지만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아프간 내 미군 협력자와 여성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은 특별비자 발급을 약속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거쳐 수천 명을 데려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베트남전쟁 실패 후 1975년 사이공 철수를 연상하는 미국인도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의 연설은 미국이 그 나라의 진로를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간 주변 정세도 심상치 않다. 탈레반에 쫓긴 아프간군이 타지키스탄 국경을 넘어가자 예비군이 소집되고 이곳에 주둔 중인 러시아가 민감해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탈레반 대표단이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아프간 담당 특사를 면담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1980년대 러시아군 침공에 맞서 싸웠던 앙금이 있는데도 미군 철수 후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자신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자 긴밀한 협의를 시작한 모양새다.
반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며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경비를 터키군에 맡기는 방안을 협의했다. 터키를 이용해 탈레반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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