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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 부친상 빈소에 文대통령 조화가 눈에 띄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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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이자, 6·25전쟁 대한해협해전 영웅인 고(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사회 각계각층에서 위로의 마음을 담은 조화가 즐비하게 늘어선 가운데 오후 1시 40분께 '대통령 문재인' 이름이 새겨진 조화가 도착했다.
6·25전쟁 영웅을 기리기 위한 대통령의 조화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인 지난달 28일 최 전 원장의 사의 표명에 문 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두 사람이 멀어졌다는 점에서 이날 대통령의 조화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임기를 마치지 않고 최 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후 두 사람은 '불편한 사이'가 됐다.
문 대통령은 최 전 원장의 사표를 속전속결로 처리하며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전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의 '작심 비판'에도, 최 전 원장은 전날 정치 참여 의사를 공식화했다.
청와대 입장에선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을 직격하고 떠난 최 전 원장이 여전히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배신자", "탈영병" 등 최 전 원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여권의 분노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위로를 택했다.
청와대는 이날 조화를 보낸 것에 대해, 전직이라도 장관급 이상 인사의 부친상에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는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 고인이 6·25전쟁 영웅이자 무공훈장을 받은 유공자라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조화뿐 아니라 조문도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이철희 정무수석과 함께 빈소를 찾은 유 비서실장은 최 전 원장을 비롯한 유가족에게 문 대통령의 위로를 전했다.
당초 청와대에선 직접 조문을 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의 뜻에 따라 유 비서실장이 온 것으로 보인다.
유 실장은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유가족께 심심하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라고 하셨다"며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을 하셨으므로 대통령께서 당연히 위로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실장은 그러나 '최 전 원장이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보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최 전 원장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청와대는 거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 전 원장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피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5일 참모회의에서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최 전 원장처럼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상중에 조화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월엔 '문 대통령 가족 전담 저격수'로 알려진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부인상에도 조화를 보내 위로했다. 유족은 문 대통령의 조화를 가장 안쪽에 놓고 조문객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과 곽 의원은 정치권의 대표적 악연으로 꼽힌다. 곽 의원은 정권 초부터 문 대통령과 가족들을 공격한 탓에 두 사람은 각종 소송과 고발로 얽혀 있다.
청와대는 당시 조화를 보낸 배경에 대해 "곽 의원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서"라고 마음을 전했고, 곽 의원 측도 "싸울 땐 싸우더라도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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