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큰돌고래의 미래, 화순이에 달렸습니다"

입력
2021.07.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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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6월 초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촬영한 화순이 체험 영상의 한 장면. 카라 제공

6월 초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촬영한 화순이 체험 영상의 한 장면. 카라 제공

"(화순이를) 반드시 구조해야 합니다. 돌고래 체험 이제 그만해주세요. 돌고래와 사진 한 장 남기는 게 한 생명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맞바꿀 일입니까.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zida****)

"굳이 체험을 해야만, 가둬놓고 봐야만 돌고래를 알 수 있나요. 인간이 마음대로 자연에서 포획해 온 생명체잖아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조건 없이 풀어주세요. 계산기를 두드릴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겁니다."(gmld****)

'돌고래 몸값이 3억 원? 마린파크 '화순이'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7월 2일)한 애니청원에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을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986명에 달했고, 해당 기사를 공유한 동물권행동단체 카라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게시물에 3,8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해주셨습니다.

화순이를 포함 수족관 돌고래 구조와 방류 계획에 대해 해양수산부에 물었습니다. 수족관에 홀로 남은 화순이가 제대로 살 수 있을지, 화순이를 살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를 총괄했던 김병엽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화순이 구조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핫핑크돌핀스카라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바라는 점에 대해 묻고 전달해 드립니다.

제주 대정읍 노을해안로 육상에서 찍힌 제돌이와 남방큰돌고래 무리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 대정읍 노을해안로 육상에서 찍힌 제돌이와 남방큰돌고래 무리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화순이를 포함해 수족관 돌고래 구조와 바다쉼터 마련 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화순이 문제는) 너무 안타깝고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수족관 돌고래를 위해 △바다쉼터 예산 마련 △디지털전시관 전환 지원 △바다쉼터 조성 전 방류 돌고래 관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다쉼터는 지금까지 울산 울주군 송정항,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포를 답사했는데, 송정항은 기존 어항으로 이용되고 있어 이를 보전해야 하는 문제, 성산포는 수심이 낮은 문제 등이 있습니다. 다른 바다쉼터 후보지 물색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돌고래 방류에 협조하겠다는 수족관 운영 업체에 대해 디지털 전시관 전환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도 추진 중이며 바다쉼터 조성 전 방류가 결정된 돌고래들을 어디서 관리할지에 대해서도 검토 중입니다."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지내고 있는 큰돌고래 데니(왼쪽)와 호주 남쪽 애들레이드 돌고래 바다쉼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호주 애들레이드 마운트로프티 자원부 홈페이지 캡처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지내고 있는 큰돌고래 데니(왼쪽)와 호주 남쪽 애들레이드 돌고래 바다쉼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호주 애들레이드 마운트로프티 자원부 홈페이지 캡처

-홀로 남은 화순이가 제대로 살 수 있을까요.

"우선 마린파크의 환경이 화순이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수조가 좁고 수심도 낮은 편이어서 돌고래가 편하게 지낼 환경이 아닙니다. 더욱이 화순이가 수조에서 가만히 떠 있는 행동은 희망 없이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굉장히 우려됩니다. 큰돌고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라 화순이가 혼자 있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사실 두세 마리가 지내는 것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죠. 다른 무리와 만나며 활기차게 살아가야 합니다." (김병엽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

체험 프로그램이 끝나면 화순이는 아무 의지가 없다는 듯 수면 위에 가만히 둥둥 떠 있다, 카라 유튜브 캡처

체험 프로그램이 끝나면 화순이는 아무 의지가 없다는 듯 수면 위에 가만히 둥둥 떠 있다, 카라 유튜브 캡처

-화순이를 위한 올바른 방안은 뭐라고 보시나요.

"원서식지로 돌려보내는 게 이상적입니다. 원서식지가 돌고래의 잔인한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인데, 다이지로 보내자는 게 아니라 제주에서 떨어진, 큰돌고래가 다니는 해류에 방류하면 다른 큰돌고래 무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제주 주변 바다에 머무르는 정주형인 남방큰돌고래와 달리 큰돌고래는 정착하지 않고 활동범위가 넓습니다. 또 국내에 바다쉼터 조성을 위한 이상적 환경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방류하기 전 관리와 훈련시킬 시설은 필요합니다." (김병엽 센터장)

-해수부와 제주도청은 화순이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의견이 있나요.

"화순이는 사기업 재산으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닙니다. 화순이는 현재 수족관에 살고 있는 큰돌고래들의 앞날을 가름할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마린파크 측을 설득하든 회유하든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얼마 남지 않은 화순이를 내놓게 해야 합니다. 예산이 없다, 사기업 문제니 건드리지 않겠다는 건 핑계일 뿐입니다." (조약골 핫핑크 돌핀스 대표)

"정부와 지자체는 돌고래들의 건강상태와 복지를 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방관했기 때문에 화순이가 홀로 남은 가운데 쇼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죠.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화순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입니다. 돌고래 관리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 이제라도 책임을 지고 화순이 방류와 바다쉼터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화순이 구조를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린파크가 화순이를 내놨을 때 당장 갈 곳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구체적으로 바다쉼터를 하루빨리 진행시켜야 합니다." (고현선 카라 활동가)

시민단체들이 5월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린파크의 돌고래 방류와 해수부의 바다쉼터 조성을 촉구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시민단체들이 5월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린파크의 돌고래 방류와 해수부의 바다쉼터 조성을 촉구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화순이를 바다쉼터가 아닌 원서식지로 방류해야 한다는 의견은 어떻게 보시나요.

"원서식지 방류가 가능하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큰돌고래를 다이지로 가지 않는 해류에 방류할 수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합니다. 같이 돌아갈 돌고래 3, 4마리가 확보된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사항입니다. 다만 큰돌고래들의 건강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방류냐 바다쉼터냐를 결정하긴 어렵습니다.

방류하지 못하는 돌고래들을 위해서는 바다쉼터가 필요한데 현재 흑산도와 거문도 일대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외 많은 후보지를 답사하고 조사,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약골 대표)

"화순이를 바다쉼터에서 영원히 보호하는 게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화순이가 바다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지만 실내에서 산 기간이 길기 때문에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고,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서 방류할지 영구보호할지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고현선 카라 활동가)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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