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건드린 '여가부 폐지' 뇌관...與 "할 일 많아" VS 野 "시한부"

여야 정치인들 '해체' '유지' 두고 눈에 띄게 갈려
하태경 "여가부는 젠더 갈등부로 변질 돼" 주장
이준석 "효율화 측면서 특임 부서 폐지 고려"
반면 이낙연 "성평등이란 목표 아직 달성 못해"

유승민(오른쪽 위) 전 의원과 하태경(오른쪽 아래)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오며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들고 나오고 이준석 대표가 당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뜻까지 내비치며 '여가부 폐지'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증명하듯 8일 여야 정치인들은 각종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가부 폐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종합하면, "여가부의 존재 목적인 성평등을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졸업을 해도 된다"는 폐지론과 "목적 달성은커녕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는 유지론이 맞부딪히는 양상이다.

여가부 폐지를 띄어 올린 당사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가부는 다른 모든 부처에서 남녀평등 정책을 실시하라는 차원에서 과도적, 시한부 부서로 만든 거다"라고 주장했다.

폐지론 ①: 타 부처에서도 여성 문제 비중 있게 다뤄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4일 경북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희망22 동행포럼 포항 창립총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되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유승민TV 캡처·연합뉴스

진행자가 '여전히 여성의 육아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벽에 부딪히지 않나'라고 질문하자 그는 인정하면서도 "과거엔 고용노동부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크게 취급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비중이 굉장히 크다"며 "(그런 식으로) 여성 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여성 인권은 국가인권위에서 (관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서에서도 여성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게) 보편화됐기 때문에 여가부를 졸업할 때가 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폐지론 ②: 여가부 '젠더갈등 조장부'로 변질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사이버안보청 설치 3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하 의원은 또 "여가부를 졸업할 때가 됐는데 안 하니까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등 이상한 일만 벌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가부 외부에서 공무원들을 자꾸 뽑다 보니 약간 '탈레반'식의 여성 우월주의자들, 급진적인 분들이 많이 들어가서 남성혐오, 젠더갈등을 자꾸 부추기는 '젠더갈등 조장부'가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가부가 '김치녀는 혐오 표현인데 김치남은 혐오 표현이 아니다'는 얘기를 했고, 여가부에서 내린 초등 교육 지침서에 '노벨상 수상자에 남자가 많은 것은 심사위원들이 다 남자이기 때문', '여자에게는 남혐 DNA가 없지만 남자에게는 여혐 DNA가 있다'는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폐지론 ③: '작은 정부' 측면서 특임부서 폐지 고려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날 여가부 차관이 '성폭력 당한 여성을 누가 보살펴주냐'고 읍소한 데 대해서는 "여가부가 보살피는 게 아니라 여가부가 재정 지원을 하면 여러 비정부기구(NGO)에서 하는 것"이라며 "행정안전부나 복지부에서 하면 되는 건데 여성정책 폐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이라고도 말했다.

진행자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고 하자 "50대나 40대 중반 이상은 변화된 현실을 아직 좀 모르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렇다"며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 그분들도 이해할 거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준석 대표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여가부를 없앤다고 해서 '여성들을 적대시하겠다' 이런 걸로 받아들이면 정치를 낮게 인식하는 것이다"며 하 의원처럼 '여가부 폐지가 여성정책 폐지는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부처 규모가 굉장히 작고 특수목적형 부서인 여가부나 통일부는 힘이 약해서 업무들을 잘 추진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처음에는 선동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정부 조직 효율화나 작은 정부 측면에서 특임 부서들을 없애자는 취지로 가면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자신했다.

유지론 ①: 성평등 목표 달성된 것 아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파주=뉴스1

반면 정부·여당 인사들은 '성평등 목표가 달성된 것은 아니다'며 여가부 유지를 주장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원래 설립됐을 때 우리가 지향했던 성평등 사회 구현, 이것은 아직도 여전한 과제라는 점에서 여가부 폐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후 예산을 제대 군인에게 나눠 주겠다'는 공약에 관해 "제대 군인은 다른 방법으로 도와드릴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유지론 ②: 여가부의 성과도 많아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차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가부의 성과를 부각하며 여전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성비위 문제를 높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바라보게 된 것은 여가부가 노력한 덕분"이라며 "폐지론 중 상당부분은 오해에 기초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지론 ③: 청소년·다문화가정·성폭력 피해자 보조 문제는 어떻게 하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전날 여가부 폐지 반대 의사를 밝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관련기사)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여가부가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는 문제를 풀어놓은 것은 중요한 기여"라며 "그 해결책을 냉정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게 문제"라고 짧게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포함한 당 내부의 여성 의원들이 반대하는 것을 "당 내홍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소년, 다문화가정, 성폭력 피해자 보조 같은 여가부 기능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도 필요하다"며 "여가부 폐지가 칼로 자르듯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