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日원전 오염수 발언 비판받자 '강경화 끌고 들어가기'

입력
2021.07.08 13:20
수정
2021.07.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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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오염수 발언에 "일본 극우냐" 비판 쏟아져
강경화 "日 주권 사안이나 정보 요청 자격 있어"
윤석열, 여권 공세 나서려 康 발언 일부만 발췌
이준석도 "정치인으로서 엄격한 자세 필요" 지적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을 찾아 언론 간담회를 하면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을 찾아 언론 간담회를 하면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발언으로 여권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지적한 것"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강 전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 답변에서 '오염수 방류는 일본의 주권 사안'이라고 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강 전 장관이 한 발언 전체의 맥락을 보면 윤 전 총장의 지적은 일부만을 가지고 문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여권으로 돌리기 위해 발언의 일부만 발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7일 밤 기자들에게 "지난해 10월 26일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염수 처리가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한 답변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같이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발언한 후 최근 (정부가) 입장을 변경해 다시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지적하며 검증을 요구하니, 일본 정부의 투명한 검증과 관련한 협조를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경기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경기 파주시 연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정책 언팩쇼'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앞서 이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행보로 대전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에는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고, 그때그때 정치적인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고, 일본과 각국 협의로 사람들이 의문을 품지 않게 국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당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 이를 대변하는 일본 정부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긴박한 안보 문제인데, 윤석열씨가 일본 자민당 총재직에 도전한 것인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에 도전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康 "日에 정보 요청해야"…尹 "日에 검증 촉구해야"

지난해 10월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해 10월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 전 총장 측은 그러자 강 전 장관이 먼저 발언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가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인이냐'는 질의"일본의 주권적인 영토 내에서 이뤄지는 사안"이라고 발언했는데, 윤 전 총장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강 전 장관의 발언 중 일부분만 뗀 것이다. 강 전 장관은 당시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그 결정에 따라 우리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를 (일본에)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답변했다.

윤 전 총장은 정부가 뒤늦게 입장을 바꾸었다고 비판했지만 강 전 장관은 지난해 이미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본을 향해 문제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 측이 이날 밤 언론에 보낸 입장 전체를 보면 강 전 장관의 당시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전 총장 측은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국제 사회와 협력해 일본 정부에 대해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투명한 설명과 검증을 촉구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건영 "윤석열, 메시지 사고 자주 반복 돼"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등 86개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 국회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가운데,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선언과 관련한 기사를 읽고 있다. 뉴스1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등 86개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 국회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가운데,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선언과 관련한 기사를 읽고 있다. 뉴스1

여권은 윤 전 총장 측의 해명에 대해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전 총장 측이) 결국 저녁에 취지는 그게 아니었다고 정정했는데, 사고가 자주 반복되고 있다"며 "메시지와 관련된 내용에 있어서 (문제가 나오는데) 그건 뭔가 안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공격하고 계신데, 상대를 공격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제가 볼 땐 공부를 잘 안 하신 것 같다. 오로지 반대만의 구호만 있다. 반대를 위한 구호"라고 꼬집었다.

야권에서도 윤 전 총장이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용인하지는 않겠죠"라면서도 "검찰 공무원일 때랑 정치인일 때 국민 여론에 반응하는 것들이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그걸 훈련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며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에 대해 정치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조금 더 엄격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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