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의회 극좌- 극우가 첫 손잡다

입력
2021.07.08 19:00
25면

편집자주

20여 년 미 연방의회 풀뿌리 활동가의 눈으로 워싱턴 정치 현장을 전합니다.


제럴드 네들러 미 하원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독점금지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제럴드 네들러 미 하원 법사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독점금지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연방의회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원 법사위원회가 6개의 전면적인 독점금지법안을 표결하는 회의장에서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상한 연대가 일어났다.

"위원장님, 좀처럼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소 막말과 거친 행동으로 소문난 플로리다 출신 매트 게츠 의원이 제럴드 네들러 법사위원장에게 부드럽게 건넨 이 발언이 적잖은 화제가 됐다. 게츠 의원은 트럼프를 육탄으로 사수하는 공화당 내 프로 트럼프 행동대장이고, 네들러 위원장은 트럼프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의 야전 사령관으로, 상호 주먹질 직전까지 갔던 사이였다. 네들러 위원장과 게츠 의원은 이 법안에 관련된 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기도 했다.

알려진 바로는 이 독점금지법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초 작업을 민주당 데이비드 시실리니 의원과 공화당의 켄 벅 의원이 주도했다. 독점금지소위원회 위원장인 시실리니 의원은 민주당 좌파의원 모임 프로그레시브 그룹 중진이며, 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벅 의원은 공화당 내 극우보수 의원들의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간부이다. 그야말로 연방의회 535명 의원들 중 맨 왼쪽과 오른쪽의 의원이다.

반독점소위원회 부위원장인 자야팔 프라밀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공화당의 폴 고사 의원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폴 고사 의원은 트럼프의 오른팔이고 극우파 의원들의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를 조직한 의원이다.

공화당 내 친트럼프계 의원들은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전에서 자기들의 선거운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패했다는 피해의식이 컸다. 이들 빅테크 회사는 지난해 선거기간 동안 가짜뉴스를 유포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후보에게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계정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었다. 민주당소속 의원들은 빅테크의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통해서 일반 시민사회를 지배하고 통제하게 되는 우려와 소비자 보호라는 차원에서 법안의 취지에 공감을 했지만 아직 이 법안이 충분치 않다고 강하게 비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비판의원들은 대개가 빅테크 회사들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 출신 의원들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빅테크 반독점 법안을 심의 토론하고 표결하는 19시간 동안 법사위원회에선 당의 울타리가 허물어졌다. 의원들의 개인적인 주장과 이해관계, 그리고 지역구 환경에 의한 새로운 동맹이 구성되었다. 극우와 극좌가 통했고 중도적 지점의 의원들이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이 낸 법안에 대해서 극우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이 법안들은 보수적이다"라고 결론을 냈다. 친 트럼프계의 극우파 의원들은 리버럴한 거대 플랫폼 회사들이 그들의 선거에 큰 장애물이란 것을 염두에 두고 표결에 임했다.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는 19시간 장시간 토론 끝에 빅테크 독점금지 관련 5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3일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있었던 오랜 토론은 빅테크를 단속하고자 하는 초당적인 바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에 대해선 큰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당파적인 것이 아니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연방의회는 어떠한 사안에도 양당 간 동의해낸 일이 없었다. 19세기에 만들어진 반독점 법안을 현대화하는 일을 놓고서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이상한 동맹이 형성되었다. 중도 지점이 아니고 극우와 극좌에서 만들어진 불안한 동맹이다. 이날 법사위에서 가결한 5개 법안은 하원 본회의와 상원을 거쳐야 한다. 상원에서는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내 중도파 의원들까지도 동의해야 법제화가 된다. 입법을 막기 위한 빅테크의 로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동석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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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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