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도쿄에 네 번째 긴급사태... “올림픽 강행하면서 시민만 자숙?” 싸늘

입력
2021.07.08 11:45
수정
2021.07.09 00:49
14면
구독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한 도쿄에 다시 긴급사태를 발령할 방침을 굳혔다. 긴급사태 발령 시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도 선언하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한 도쿄에 다시 긴급사태를 발령할 방침을 굳혔다. 긴급사태 발령 시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도 선언하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악화로 도쿄에 또다시 긴급사태를 발령하기로 했다. 올림픽 개막(23일)을 앞둔 도쿄에서 초유의 일이다. 이번 선언이 실제 감염자 수 감소 효과를 볼지는 확실하지 않다. 긴급사태 와중에 올림픽을 개최하고 시민에게만 자숙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두고 냉소적인 반응이 늘고 있다.


도쿄도 하루 확진자 920명으로 급증... "피하고 싶다"던 선언 재발령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8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도쿄도(都)에 대한 긴급사태 재발령을 선포했다. 긴급사태 기간은 1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로 도쿄올림픽 전체 기간이 포함된다.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도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증가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델타 변이 때문”이라며 "올림픽 선수단을 통해 바이러스가 일본에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밤 8시부터 열린 일본 정부와 도쿄도, 대회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5자 회의에서는 도쿄도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는 모두 무관중으로 열기로 결정했다. 이어 관계 지자체와의 협의회에서도 수도권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현(縣)에서 예정된 모든 경기를 무관중으로 시행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6일 일본 사이타마현 아사카시에서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진행되고 있다. 아사카=로이터 연합뉴스

6일 일본 사이타마현 아사카시에서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이 진행되고 있다. 아사카=로이터 연합뉴스

23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개최 도시 도쿄에 긴급사태가 발령되는 것은 일본 정부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 선언을 하면) 코로나에 진 느낌”이라며 “선언만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도쿄에 하루 신규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전날 92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자 결국 네 번째 긴급사태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도쿄 지역의 하루 확진자가 900명을 넘은 것은 세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 중이던 5월 13일(1,010명) 이후 약 8주 만이다. 도쿄도에 따르면 지난 7일간 도쿄 지역 일평균 확진자 수는 631.7명으로, 1주 전과 비교해 24.3% 급증했다.


3주 만에 재발령... "올림픽은 개최"에 시민 냉소적

도쿄에서 지난달 21일 세 번째 긴급사태가 해제되고 2인 이하에 한해 주류 제공이 가능해진 지 불과 3주 만에 다시 긴급사태가 재발령될 방침이 전해지자 외식업계는 다시 한숨을 쉬고 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특수를 기대했던 항공·숙박업계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세 번째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 중이던 5월 28일 밤 도쿄 신주쿠구의 번화가 가부키조에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세 번째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 중이던 5월 28일 밤 도쿄 신주쿠구의 번화가 가부키조에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그러나 네 번째 비상사태 발령이 실제로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이번 도쿄도의 감염은 백신 접종이 진전된 고령층이 아닌 20~40대 젊은층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외부활동 자제 요구에 지친 데다, 국민에겐 자숙을 요구하며 한편에선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 정부의 모순적 태도에 불만을 나타내며 더 이상 협조하지 않을 태세다. 도쿄 신주쿠구 가부키초의 음식점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남성(26)은 “올해 내내 비상사태와 중점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이제 일일이 신경 쓰지 않게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영화관을 찾은 여대생(21)도 “우리 행동만 제한되고 올림픽은 그대로라니 납득이 안 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미 3차 긴급선언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못 견디겠다”며 주류 제공을 재개했던 식당이나 주점은 다시 주류 제공을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의 한 식당은 '선수촌에 어서 오세요. 우리는 선수촌이므로 술을 제공합니다'라는 포스터를 붙여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올림픽 선수촌에는 술 반입이 허용된 것을 풍자함으로써 술 판매를 정당화한 셈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