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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열풍 뒤에 '인구변화'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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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 단위로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22> 신시대·신투자 ‘인구변화 이겨낼 유망주식 발굴조건’
주식투자 전성시대다. 수익률은 적잖다. 1,440선(2020년 3월)에서 3,300선(2021년 7월)까지 치솟은 덕에 시장평균만 좇아도 2배 차익은 가뿐하다(코스피). 차익 소문은 또 다른 참가독려로 옮겨붙는다. 변동성이 큰 코인은 몰라도 주식은 해볼 만하다는 인식이 많다. 거액 전제의 부동산과 달리 푼돈 베팅이 가능한 점도 한몫했다.
부침이 있겠으나 관심은 지속될 듯하다. 최대동력은 저성장·인구병에서 비롯된다. 고도성장의 종료와 함께 격하게 조정 중인 인구변화가 주식투자의 유력근거로 작용한다. 저성장은 곧 저금리를 뜻한다. 저금리는 자산증식의 위협거리다. 은행에 맡겨 본들 인플레조차 따라잡기 힘들다. 그렇다면 +α를 위한 새로운 도전은 자연스럽다. 저축보다는 투자가 가시권에 들어선다.
‘라이프사이클 이론’이란 게 있다. 생애주기별로 소비·저축·소득관계가 달라진다는 내용이다. 생애주기 가설로도 불린다. 노벨상 수상자인 모딜리아니의 이론으로, 평생소득의 전체흐름 속에서 현재소비가 결정된다고 봤다. 나이를 먹을수록 ‘위험자산→안전자산’이 유효하다는 결론에 닿는다.
부채·투자를 줄이는 위험회피적 행동이 고령자에게 맞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생애주기별 포트폴리오의 주기적인 리밸런싱이 요구된다. 생애주기자산배분(Lifetime Asset Allocation)에 맞춘 라이프사이클 펀드가 탄생한 배경이다. 고령화와 주식수요도 ‘역U자모델’이 유효했다. 청년 때 적다가 중년 이후 정점을 찍고, 노년엔 재차 줄어든다는 실증결과다. 자산시장붕괴(Asset Market Meltdown) 가설도 인구변화를 연결시킨 전통이론 중 하나다. 베이비부머 등 거대인구의 은퇴 이후 자산을 흡수해줄 후속세대의 비중·능력 부재로 위험자산 선호가 줄 것이란 논리다. 이들 가설은 모두 늙어갈수록 안전자산을 챙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인구=안전자산’의 등식성립이다. 감각·상식적인 느낌과도 부합하는 결론이다.
시대는 변했고, 환경은 급변했다. 달라진 현실은 기존이론의 설명력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엇박자 속에 폐기대상으로 전락한 이론은 증가세다. 경제학의 출발지점·분석대상인 인구비중(양적)이 변했고, 추구욕구(질적)가 달라진 결과다. 위의 가설도 마찬가지다. 설정된 표준편차에서 이탈한 새로운 행보가 기존가설의 재검토를 요구한다. 가령 ‘고령인구≠안전자산’의 새로운 실험확대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령대별 주식투자를 보면 생애주기 가설은 완전히 깨진다. 2007년 및 2020년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28.6%→19.9%)와 40대(31.5%→24.3%)는 줄어든 반면 60대(8.3%→12.9%)와 70대(2.9%→4.4%)는 늘었다(12월 결산상장사·예탁결제원).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현 예금·보험 등 안전자산 선호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도 겪었다. 아베정부 이후 경기회복에 힘입어 닛케이지수는 3만선까지 뛰었고, 그 핵심동력이 고령인구란 점에 이의는 없다. 고령인구의 위험선호는 장수불안 탓이다. 백세시대 환갑퇴직은 30~40년의 소득증발을 뜻한다. 벌충카드는 자산운용뿐이다. 기대수익을 높이자면 위험자산 비중 증가뿐이다. 수익을 위해 위험을 품을 수밖에 없다. 손실위험보다 장수위험이 더 큰 까닭이다.
현실은 이론보다 힘세다. 현실이 바뀌면 이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년=저축’과 ‘청년=주식’의 어울림은 이제 먹혀들지 않는다. 저성장발 절대저금리의 시대 도래는 벤치마크(시중금리)의 하향고착 속에 위험·안전자산의 개념수정을 요구한다.
유일무이의 호구지책은 ‘불리기’와 ‘줄이기’뿐이다. 연령별로는 불리는 노년·현역과 줄이는 청년으로 정리된다. 전자는 근로·연금·자산소득은 물론 겸업용 부캐릭터를 키워내 사업·기타소득까지 확보하려 매진한다. 후자는 종잣돈·노하우마저 부족하자 효율적인 줄이기 차원에서 미래소비를 없애고자 가족결성·자녀출산을 포기한다. 먹여 살릴 가족 수요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어서다.
그럼에도 불리기와 줄이기는 동시다발적이다. 연령별 비중 차이는 있지만, 시대 돌파를 위한 자산투자는 공통미션에 가깝다. 코로나19가 불붙인 2020년 주식큰장에 연령불문 인구전체가 뛰어든 게 대표적이다. 불확실성을 이겨낼 특장점을 두루 갖춘 게 주식투자인 까닭이다. 결국 주식은 선택적 투자대상에서 보편적 투자기회로 승격(?)된다. 이대로면 정부·업계가 내버려둬도 ‘저축에서 투자로’의 인식전환은 힘을 얻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투자는 투자다. 투자(投資)란 재물을 던지는 행위다. 투자환경·차익욕구가 무르익었어도 신중·면밀한 접근자세가 대전제다. 성공 관건은 상식 고수에 있다. 시대변화와 경제상황을 읽는 게 먼저다. 인구변화가 빨랐던 선행사례도 이를 강조한다. 사업모델별 차별장세가 그렇다. 고성장이 일단락된 후 주식몸값은 철저히 분리된다.
다 뛰던 시절은 지나가고, 되는 것만 차별화된다. 투자차익은 기업성장과 직결된다. 내재가치적 펀더멘털이 시대변화와 맞을 때다. 현명한 주식투자자라면 인구구조발 시대변화의 신풍경과 이를 주도할 혁신종목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실제로도 그렇다. 적잖은 대장주는 부침을 반복하며 생로병사로 귀결된다. 예전엔 잘 나갔어도 트렌드를 못 읽어 전락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상승주는 시대변화에 올라타고 리딩한다. ‘인구→고객→욕구→사업’의 연쇄변화를 기업가치에 최적화해 반영한다. 이기는 주식은 인구변화 등 시대분석에 능한 경우에 한정된다.
합리적 기대가설에 따르면 주가는 참가자의 모든 정보·지향이 정한다. 따라서 시대별 반영가치가 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선순위는 인구문제다. 인구증가·고도성장의 앙시앵레짐(구체제)은 끝났고, 향후엔 인구감소·지속사회의 뉴패러다임(신체제)을 향한다.
자본주의의 신전환이다. 주가로 평가받는 기업에겐 새로운 위협이자 도전이다. 당장 관성의 이윤창출에서 사회의 책임주체로 전환하라 요구한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풀고, 새로운 가치욕구에 발맞추란 뜻이다. 즉 모두를 만족시킬 ‘혁신모델’에의 사회적 갈구다. 사례는 속속 등장한다. 문제해결형 소셜벤처가 유니콘화되며 가치성장형의 유망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자본중심적 전통기업에 맞서 기술기반적 혁신기업이 시가총액을 초월한 경우마저 잦아졌다.
갈수록 자본·이윤에서 협력·공생으로 기업가치의 비중조정·무게중심은 옮겨질 전망이다. 이때 필요한 공통키워드는 ‘지속책임’이다. 기관투자자마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내건 마당에 지속책임은 주가결정의 유력 토대일 수밖에 없다. 단기·파괴·극단적 이윤추구에서 장기·건설·상생적 이해도모로 전환이 권유된다. 고무적인 건 지속책임에 익숙할수록 주가가 높다는 실적 근거다. 폭넓게 선호·공감되니 편입·매수가 많아지고 주가도 함께 뛰는 구조다.
‘사회이동’도 유망주의 주요 키워드다. 팬데믹 이후 세계분업적인 글로벌화가 약화되며 내부자립적인 로컬화가 심화될 걸로 봤지만, 뉴노멀이 될지는 미지수다. 분업효과와 협력거래의 자유경쟁이 갖는 특장점이 분명해서다.
즉 차별·양극화를 완화할 조정기제로 글로벌화의 문제해결에 나설 공산이 크다. 국제이동의 불가피성이다. 역내경제도 닮는다. 도시유입·지역유출의 반복된 사회이동은 수도권 일극경제화를 심화시킨다. 산업·고용 등 경제·파급력의 쏠림이 도농불균형을 낳지만, 쉽게 해소되기란 어렵다. 당분간 서울선호와 지역회피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의 돈벌이와는 무관한 듯해도 이들 키워드가 생존·성장의 극복이슈임을 인지한 경우다. 자본시장도 이 가치실현을 증진할 투자대상·방법을 다양화해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설득할 수밖에 없다. 시대변화가 낳은 주식투자의 뉴노멀은 시작됐다. 변화에 투자할 때 승산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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