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고삐 풀 때마다 되치기 당한 정부... 결국 4차 대유행 진입

입력
2021.07.08 04:30
수정
2021.07.08 07: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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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왼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기일(왼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여름방학, 휴가철, 2학기 전면등교를 앞둔 7일, 결국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진입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700명대에서 단 하루 만에 올해 최다 규모인 1,212명으로 뛰어올랐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방역당국 스스로도 지금 추세라면 하루 확진자 1,500명, 2,000명도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후 9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도 서울 536명 등 전국적으로 1,108명으로 집계되면서 8일 역시 대규모 확진자 발생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감염이 좀 가라앉으면 방역 고삐를 푸는 행태를 반복한 정부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1·2·3차 대유행을 겪으면서도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했고, 4차 대유행에서도 그 실수가 고스란히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방역 풀 때마다 대유행이 온다

1차 대유행 정점은 하루 확진자 수 909명을 기록했던 지난해 2월 29일이다. 이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 초기라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신천지발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호되게 당하는 분위기였다. 이때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도입했고, 유행세는 이내 잠잠해졌다.

2차 대유행 정점은 하루 확진자 441명에 달했던 지난해 8월 27일이다. 확진자 수가 줄자,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숙박·외식·영화 등 8개 부문 1,700억 원 상당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등 경기진작책을 폈다. 여기에 일명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까지 겹쳤다.

2차 대유행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7일 다시금 '지속 가능한 방역'을 내세우며 거리두기 개편안도 바꾸는 등 긴장을 풀었다. 곧장 3차 대유행이 시작돼 지난해 12월 25일 하루 확진자 1,24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번 4차 대유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3일 하루 확진자 797명을 찍은 뒤 잦아들 기미가 보이고, 백신 접종까지 진행되자 백신 1차 접종자 인센티브를 내놓고, 규제가 크게 완화된 새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원칙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만들어두고 정부 스스로 어긴 것을 가장 큰 패착으로 지적한다. 지난해 3차 대유행 때만 해도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끝까지 머뭇거렸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던 지난해 12월 중순 방역당국 스스로도 “코로나19 유행 발생 이래 최고의 위기 상황”이라 밝혔고, 자영업자들도 "이럴 바에야 거리두기 단계를 빨리 올려서 ‘짧고 굵게’ 끝내자"고까지 했는데도 정부는 단계 격상을 미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4차 유행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하루 확진자 수가 400~700명대를 오르내리면서 "이렇게 확진자가 계속 누적되는 걸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잇따랐지만, 방역당국은 "4차 유행 초입"이란 말만 반복했다.

그 와중에 방역당국은 지난 5월 말 '1차 접종만 해도 야외 노마스크'를 선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 노마스크는 완전히 잘못된 신호”라며 “협조하며 잘 참겠다는 국민들이 많은데 정부가 너무 노마스크에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그사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은 애물단지가 됐다. 호전된 상황을 전제한 개편안이다 보니 지금에 와서 적용하기도, 그렇다고 기껏 만들어뒀는데 미루기도 애매해져버린 것이다. 당장 개편안 3단계를 적용하면 유흥시설 영업이 가능해져 오히려 방역이 완화된다. 이걸 막으려면 어쩔 수 없이 추가 조치를 넣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지난해 3차 대유행 당시와 같이 ‘+α’ 단계가 남발된다. 개편안은 제대로 적용해보기도 전에 누더기 신세가 되는 셈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방역 정책이 원칙 없이 계속 바뀌어서 이젠 헷갈린다”며 “초지일관이어야 하는데 왔다갔다 하니까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노래방 앞에 방역수칙 준수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노래방 앞에 방역수칙 준수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델타 변이 얕보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앞으로 방역 정책을 짤 때 델타 변이 등 변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신규 확진자 수는 검사가 감소하는 주말에 줄었다고 주중에 늘어나는 패턴을 반복했다. 그런데 약 2주 전부터 이 '주말 효과'가 사라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말 효과가 사라진 건 델타나 알파 변이 효과”라고 말했다. 전파력이 강한 만큼 검사를 적게 해도 많은 사람이 양성으로 확인됐다는 얘기다. 이달 들어 계속 700~800명대를 유지하던 확진자 수가 갑자기 1,200명대로 증가한 것도 델타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 영향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역당국은 “델타 변이가 현 상황을 크게 주도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1주일간(6월 27일~7월 3일) 국내 감염자들 중 델타 변이가 검출된 비율이 9.9%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확진자 중 15~20% 정도만 변이 검사를 하고, 변이 여부 확인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숨은 변이 감염자는 더 많으리라는 추정이다. 특히 20·30대 젊은 감염자는 무증상일 경우가 많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섣부른 방역 완화 실책을 인정하고 이번엔 확실하게 유행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김진주 기자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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