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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최대 위험은 이재명? '거친 입' 리스크에 흔들

입력
2021.07.08 1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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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스캔들'을 두고 설전을 벌인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

'여배우 스캔들'을 두고 설전을 벌인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이재명의 최대 위험요인은 이재명 본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평가다. 현재까지 여권의 대선주자 중 대권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이 지사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바지 발언'으로 그의 '거친 입'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까지는 '비주류' '언더독(Underdog·승리할 가능성이 적은 후보)' 이미지를 상징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권 1위 주자로서 독주 구도를 구축한 이후로는 '저돌적인 포퓰리스트'보다 '안정적인 국가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주력해 왔다. TV토론에서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방어에 집중하고 출마 선언에서는 개혁보다 '공정 성장'을 강조했다. 벌써부터 '부자 몸조심'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이미지 변신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바지 발언으로 '안정적 지도자' 이미지 균열

그러나 '여권 1위 주자의 여유'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내 경선 초반 경쟁 후보들의 집중 공세 대상이 되면서다.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과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추궁에 날 선 반응으로 그간 쌓아올린 '안정' 이미지에 균열을 자초했다. 그를 따라다니던 '불안한 후보'라는 꼬리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린 셈이다.

5일 민주당 대선주자 예비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답변이 대표적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해명 요구를 회피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지적하자, 이 지사는 정색하며 "제가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고 맞받았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토론장 분위기는 급랭했다.

이튿날인 6일 '바지 발언'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이 지사는 "앞으로는 그런 질문을 하지 말고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라"고 했다. 평소 기자회견에서는 점잖게 응대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합동 TV토론회에 앞서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박용진(왼쪽)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합동 TV토론회에 앞서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박용진(왼쪽)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기본주택 질문엔 "직접 찾아보라" 쏘아붙여

6일 3차 TV토론회에서도 이 지사의 '까칠한 모습'은 이어졌다. 기본소득에 대한 집요한 공세를 펴고 있는 박용진 의원이 "경기도에서 하고 있는 기본주택 시범단지 위치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이 지사는 "본인이 찾아보시죠"라고 쏘아붙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 지사의 태도 돌변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바지 발언'과 관련,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여배우 스캔들은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는 등 검증을 마친 문제임에도 당내 주자들마저 집요하게 거론하면서 평정심을 잃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캠프 측이 사전에 만들어둔 모범답변은 "검찰의 불기소로 이미 정리가 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사가 현장에서 이를 따르지 않은 셈이다.

與 "본선 검증 강도는 더욱 높은데..." 우려

문제는 야권 후보와 맞붙는 본선에서는 검증과 공세 강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도를 지키고 있는 당내 경선과 달리 야권 후보와의 본선에서는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폭언 등이 이 지사의 감정적 대응을 끌어낼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지사가 지금처럼 평정심을 잃는 모습을 보인다면 안정감과 추진력을 갖춘 국가 지도자를 기대한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주류 파이터 본능은 이 지사를 만든 동력이지만, 이제는 '양날의 검'이 됐다"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지사가 TV토론에서 상대 후보들의 집중적인 검증 공세를 전환시킬 자신만의 의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 독주 구도가 장기화하면서 벌써부터 긴장감이 결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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