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포르쉐 의혹'에 4년 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

입력
2021.07.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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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 논란 커지자 靑에 사의 표명
박 특검 "도의적 책임 통감…국민에 도리 아냐"
이용복·양재식 특검보도 사의…공소유지 차질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3월 6일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3월 6일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가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7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일보에서 관련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박 특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논란이 된 인물(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모 부장검사에게 소개해준 부분 등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검으로서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은 2016년 11월 30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로 임명돼 4년 7개월째 수사와 공소유지를 해왔다.

경찰은 박영수 특검이 지난해 12월 김씨로부터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제공받은 단서를 잡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박 특검은 김씨에게 렌트비 250만 원을 지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특검직을 유지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기꾼'에게 고가의 외제 차량을 빌린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다, 차량 이용 3개월 후에 현금으로 렌트비를 전달했다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에 2016년 12월 특별검사보로 임명됐던 이용복(왼쪽부터), 박충근, 양재식, 이규철 변호사.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에 2016년 12월 특별검사보로 임명됐던 이용복(왼쪽부터), 박충근, 양재식, 이규철 변호사. 연합뉴스

박영수 특검팀은 박 특검과 박충근·이용복·양재식·이규철 특검보,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을 비롯한 파견검사 20명과 수사관 40명 등 한때 구성원만 100명이 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0명을 기소한 특검팀은 주요 수사를 마친 뒤부터는 필수 인력만 남아 공소유지 업무를 해왔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할 수 있다. 사퇴서를 접수한 대통령은 이를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해야 하고 이어 후임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박 특검과 함께 마지막까지 특검팀에 남아있던 이용복·양재식 특검보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선 박 특검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공소유지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기소된 사건 대부분이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됐거나 마무리 단계라 사의에 따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징역 20년, 최서원씨는 지난해 6월 징역 18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재용 부회장도 올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다만 재판 중인 사건이 일부 남아 있어 특검팀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의 후임 특검 임명과 업무 인수인계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공판이 열리면 특검보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곤 했다.

후임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기환송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 상고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방조 및 불법사찰' 상고심 공소유지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유지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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