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자 10만명 나올 수도"... 봉쇄 푸는 英, 속내는 우려

입력
2021.07.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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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2차 팬데믹보단 낮을 것" 기대감 속
확진자 폭증 예상 불구, 7·19 봉쇄해제 강행
"매우 위험... 사망자 급증 가능성" 반발 여전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5일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봉쇄 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5일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관련 봉쇄 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국가가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


봉쇄 해제를 열흘 남짓 남겨두고 있는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을 예상하는 모순적 상황에 빠졌다. 보건당국 책임자조차 하루 10만 명 이상 감염자 발생을 내다보고 있는 처지다. 확진자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봉쇄를 무기한 지속할 순 없다는 현실이 영국 정부를 더욱 깊은 고민으로 빠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건 백신뿐이다. 감염자가 급증한다 해도, 백신 효과에 힘입어 사망자까지 같은 비율로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딜레마에 처한 영국 정부가 ‘봉쇄 해제 강행’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6일(현지시간) BBC방송 인터뷰에서 “세계 어디에서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미래 진행”이라고 말했다. 특히 봉쇄 해제 시점인 19일엔 일일 확진자 수가 5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의 기존 예측과는 달리, “확진자가 두 배 이상 발생할 수도 있다”고 자비드 장관은 전망했다. 어쩌면 1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면, 지난해 12월 말 8만1,000여명이었던 종전 일일 확진자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전염력이 매우 센 델타(인도) 변이 탓에 매우 엄중한 상황이지만, 과거 확진자 수 폭증 양상과는 좀 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자비드 장관은 “확진자 증가보다 더 중요한 건 입원 환자와 사망자 수”라고 강조했다.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도 백신 접종 효과로 사망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BBC에 말했다. 퍼거슨 교수는 “2차 팬데믹 땐 확진자 5만 명당 500명이 숨졌으나, 이번엔 50명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안심은 금물이다. 퍼거슨 교수는 “하루 확진자 15만 명, 20만 명이 발생해 의료 시스템에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봉쇄 해제는) 일종의 도박 같은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정부 입장에선 강력한 봉쇄에만 계속 기대는 것도 부담이 큰 만큼, 일단은 봉쇄 해제를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의 비상사태과학자문그룹(SAGE)에 참여 중인 데이비드 킹 전 최고과학보좌관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19일로 예정된) 당국의 봉쇄 해제는 매우 위험하다”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제한을 철폐하려 하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지만, 봉쇄 해제 후엔 확진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일일 사망자 수도 3~5주 후 급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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