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슬람교' 하면 테러나 폭력, 차별을 떠올리지만 실은 평화와 공존의 종교입니다. 이주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이 이슬람 경전과 문화를 친절하게 안내,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오해와 편견을 벗겨드립니다.
이슬람력 1442년 성지순례 월이 7월 중순(7월 18일)으로 성큼 다가왔다. 매년 성지순례 월(이슬람력 12월)이 되면 약 300만 명의 무슬림 순례객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향해 모여든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성지순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여 자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백신 접종자 중 건강한 성인 무슬림 6만 명에 한하여 순례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이슬람에서 성지순례는 다섯 가지 기둥(신앙고백, 예배, 단식, 희사, 성지순례) 중 하나로 성지 메카를 순례할 수 있는 건강한 육체와 이를 뒷받침해줄 경제적 능력이 되는 무슬림이면 일평생에 한 번은 반드시 순례를 거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곳에는 분명한 증표로 이브라힘(아브라함)의 장소가 있으니 누구든 그곳에 들어가면 안전할 것이니라, 그러니 누군가 능력을 갖췄다면 하나님을 위하여 성지를 순례하라.” (03:97)
성지순례는 정해진 기간에 행하는 대순례(Hajj)와 기간 외에 거행하는 소순례(Umrah)로 구분하는데 소순례는 대순례와 달리 선택 사항으로 능력이 되는 무슬림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메카 성지를 방문하여 순례를 거행할 수 있다.
대순례 행사는 매년 이슬람력 12월(Dhul Hijjah) 8일 시작하여 12월 12일까지 5일 간에 걸쳐 거행하는데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무슬림들이 성지 메카를 찾는다. 순례객들은 흰 천으로 된 두 장의 순례복으로 몸을 가리고 피부색과 지위고하, 빈부 귀천의 차별 없이 순례 행렬에 참가하여 하나님을 향한 자신의 신앙을 확인하고 이슬람 공동체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데 큰 의미를 둔다. 또한 순례 의식의 실천을 통해서 이슬람의 마지막 의무규정을 실천하여 현세에서의 마지막을 상기하고 힘든 순례 여정을 통해서 완전한 죄사함을 받을 수 있는 회개의 참 의미를 알게 한다. 다음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고별 순례를 끝내고 메디나로 돌아와 임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계시 받은 꾸란 구절이다.
“하나님께 돌아갈 그날을 두려워하라, 그리고 모든 영혼은 자신이 행한 결과를 가지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니, 그들은 결코 부당하게 고통받지 않을 것이니라.” (2:281)
순례의 절정인 12월 10일은 희생제 축제일(Eid Al-Adha)이다. 이 축제일은 라마단 단식이 끝나고 새 달(10월, Shawal)의 첫째 날 행하는 파제절(Eid Al-Fitr)과 함께 이슬람의 양대 축제일이다. 무슬림들은 이날 가족 친지들을 방문하여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하고 유대를 다진다. 또한 희생제 축제날에는 선지자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아들을 기꺼이 제물로 바쳤던 숭고한 희생정신과 신앙심을 되새기며 순례자는 성지 메카에서 그리고 순례를 떠나지 못한 사람은 가까운 이슬람 성원에서 축제 예배를 근행한다. 축제 예배가 끝나면 무슬림들은 선지자 아브라함의 전통에 따라 양이나 염소 등 가축을 희생제물로 바친다. 이때 도축한 동물의 고기는 가난한 사람들과 이웃, 그리고 가족과 나눠 먹으며 축제를 즐긴다.
성지순례가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온 순례자에게는 핫지(Hajji)라는 존칭이 주어지는데 그것은 그가 하나님께서 명하신 순례를 완수하여 죄사함을 받고 갓 태어난 새 생명처럼 깨끗하고 순수하게 돌아온 상태이기 때문이며 그는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숭고한 신앙의 대장정을 실천하기 위하여 일평생 메카를 향해 머리를 두고 그곳을 흠모하며 살고 있는 무슬림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하여 수행하지 못하는 성지순례의 아쉬움은 더욱 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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