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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100주년 중국의 자화상

입력
2021.07.07 04:30
수정
2021.07.07 07: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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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큰 비극 1인지배로 역행 조짐
美자유주의 국제질서 정당성 취약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내걸린 마오쩌둥 초대 주석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군악대가 행사에 앞서 리허설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내걸린 마오쩌둥 초대 주석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군악대가 행사에 앞서 리허설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의 202호 병실. 누워있는 마오쩌둥 옆에서 임종의 촌음을 다투는 순간. 공산당 정치국원 네 사람이 주변에 있다. 12시간씩 번갈아 가며 24시간 내내 곁을 지킨 이들은 정치 성향이 다른 두 사람씩 짝이 돼 서로를 감시했다. 곧 개시될 정치 격변에 대비, 강경파나 온건파 어느 일방이 상황을 접수해 왜곡할지 위험천만하기 때문이었다. 1976년 9월 9일 새벽 0시 10분 한 시대가 끝이 났다. 마오의 주치의, 리즈수이가 집필한 '모택동의 사생활'은 당시의 팽팽한 긴장을 전하고 있다.

마오가 죽자 부인 장칭(江靑)을 비롯한 ‘4인방’이 체포됐다. 10년간 악명을 떨친 문화대혁명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후 덩샤오핑 시대, ‘8대 혁명원로’가 복귀하면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된다. 마오 같은 독재자가 출현하는 걸 막기 위해 짜낸 창조물이다.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에 의해 장쩌민 시대 차기 후계자로 지명돼 10년간이나 미래권력 수업을 받기도 했다. 공산당 100년을 맞은 지금. 이런 전통은 돌변했다. 중국에 큰 비극을 안긴 1인 지배로 역행할 조짐이다. 시진핑은 내년 10월 당대회를 통해 3연임에 나서 마오와 같은 ‘황제’ 반열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에선 일종의 ‘내재적 중국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대륙은 융합과 해체가 끊임없이 반복됐다. 역사가들은 한(漢)나라 이래 중국에 존재한 왕조의 평균 수명을 70년 안팎으로 보고 있다. 1949년 10월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은 올해 72년째다. 중국인의 이름으로 현재를 살고 싶은 많은 대륙인들은 강한 통치력을 원한다는 얘기다. 홍콩 문제, 신장위구르, 대만 이슈가 그들에게 ‘핵심 이익’이 되는 이유다. 티베트에 대한 통제력이 느슨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나중엔 동북 3성의 조선족 동포들도 분리독립 목소리를 낼지도 모른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그러나 넓게 보면 중국의 팽창에서 오히려 미국의 자충수, 실패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냉전 종식 후 미국 주도의 세계는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론 신자유주의를 내건 질서였다. 여기에 중국을 끌어들여 2001년 WTO에 가입시켰고 이를 계기로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문제는 미국이 만든 이 질서가 확실한 국제적 정당성과 명분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2003년의 제2차 걸프전은 결과적으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음에도 있다고 간주하고, 후세인 독재 정권을 전쟁을 통해서라도 무너뜨리는 레짐 체인지를 추구했다.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실상은 폭력적인 특성이 있다는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또 2008년의 금융위기 충격은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월가의 부도덕한 세력들의 배만 채워준다는 모순을 드러냈다. 미국 사회도 양극화가 심화됐고 결국 트럼프로 상징되는 포퓰리즘 득세를 가져온 것이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만신창이가 됐다. 신자유주의를 통해 성장한 중국 역시 1당 독재의 비민주성, 경제적 불평등 심화, 인권 탄압, 홍콩 문제 등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시진핑의 황제화는 어찌보면 미국과 서방 세계의 자기모순, 자화상일 수 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의 중심축, 미국을 위시한 자유진영 국가들에게도 해당된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홍콩 주권 반환 24주년 기념일인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활동가들이 지난달 24일 폐간한 홍콩 반중 매체 빈과일보 신문의 축소판을 든 채 반중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홍콩 주권 반환 24주년 기념일인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활동가들이 지난달 24일 폐간한 홍콩 반중 매체 빈과일보 신문의 축소판을 든 채 반중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박석원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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