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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꺼내든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너무 속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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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를 없애고 그 돈으로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지원하겠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꺼내 들었다. 여기에 하태경 의원까지 가세하며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여가부 운영의 비효율성을 문제 삼았지만, 이른바 '이준석 효과'로 국민의힘 새로운 지지층으로 급부상한 '이남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당장 실천하라"며 '반색'하는 일부 남성들도 있지만, "현실의 성차별을 무시한 정략적 발상", "젠더 갈등에 편승한 표 장사" 등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논평을 내고 유 전 의원이 밝힌 여가부 폐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성평등 흐름에 역행하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벌써 두 번째, 유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진심'인 듯하다.
그는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 있다"며 "여가부라는 별도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가부의 업무는 분야별로 각 부처가 나눠서 담당하면 된다는 논리다. 가령 여성 건강과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여성 취업과 직장 내 차별, 경력단절 여성 등의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창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성범죄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문제는 사법 당국이, 아동 양육과 돌봄은 복지부·교육부가 맡으라는 거다.
그는 4년 전 대선 레이스에서도 '여가부 존치'를 주장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설전을 벌였다. 이를 상기시키려는 듯, 유 전 의원은 문 대통령도 걸고 넘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어느 여가부 장관은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성인지를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고 말함으로써 인권에 대한 기본도 안 돼 있고 여성 권익 보호도 못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과연 누구 말이 맞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그러면서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 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라며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각 정부 부처의 양성평등 정책 추진에 대한 종합적인 조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 전 의원의 본심은 마지막에 드러난다. 그는 "(여가부를 폐지하면)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적었다.
핵심은 그가 최근 공약한 '한국형 지아이빌(G.I.Bill)', 즉 제대군인원호법 도입이다.
지아이빌은 2차 세계대전에 복무한 제대 군인을 대상으로 교육, 주택, 의료, 직업훈련 등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1944년 미국에서 제정된 법이다.
유 전 의원이 구상하는 '한국형 제대군인원호법' 은 민간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청약 가점 등 주택 지원, 학자금 융자 지원, 복무기간 국민연금 경력 인정 등이 포함된다. 그는 '여가부 폐지', '의무복무 청년 지원'을 통해 "남성과 여성 어느 쪽도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는 진정한 양성평등의 시대를 열겠다"고도 했다.
유 전 의원은 2017년 19대 대선 때도 "여가부가 독립된 부처의 위상이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며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발언 직후 논란이 일자 '유승민 지지 전국 여성대회'에서 여성 지지자들을 만나 "저는 상당히 페미니스트"라며 "예산과 인력이 없어 실제 여성을 위해 한 일이 많지 않은 여가부 대신 각 부처별로 관련 실을 만들어 제대로 된 정책을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태경 의원은 한술 더 떠 "여가부가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과 청년 정치인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여가부가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을 때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 들어 남녀평등이나 화합 쪽으로 가기보다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겨왔다"며 젠더갈등의 책임을 여가부에 돌렸다.
대안으로는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 설치를 거론하며 "2030 사이의 가장 큰 갈등 요소인 젠더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당장 남성 회원 빈도가 높은 커뮤니티에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라", "제대 군인 보상책을 공론화하자"며 지지를 보낸 반면, 여성들 사이에선 "편 가르기식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유 전 의원이 여가부를 없애 아낀 예산으로 제대 군인 지원에 활용한다고 밝힌 데 대해 한 여성 누리꾼은 "제대 군인 지원은 찬성하지만, 여가부를 없애서 아낀 예산으로 지원한다는 건 너무 속 보이는 발상 아니냐"라며 "젠더갈등을 봉합해야 할 정치인이 젠더갈등에 편승해 표 장사나 하려 한다"고 일침을 놨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논평을 내고, 유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여성 관련 정책을 여가부 대신 각 부처에서 맡으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공군 여중사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무마하려 했던 군 당국이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한국 사회를 어디에서 서서 바라보는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인가"라고 직격했다.
'여가부 장관 자리는 전리품'이란 발언에 대해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수많은 자리가 전리품으로 전락했는데, 여가부 장관만 전리품 인사 취급하는 것은 여성의 성취를 '특혜'로 인식하는 남성중심적 시각에 다름 아니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이 대안으로 제시한 '양성평등위원회' 설치와 관련해선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도 인적·물적 자원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위원회가 권고한 일을 전적으로 담당해 처리할 수 있는 부처가 있어야만 성평등이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만큼 게으른 공약이 없다"며 "양성평등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강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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