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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가 3대3 농구위원장 탐낸 이유는? "신분세탁"

입력
2021.07.06 12:00
수정
2021.07.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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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평론가 "체육단체장, 정치권 등 접근 기회 많아"
"영세 스포츠단체, 지원 약속 믿고 영입했을 것"

3대3 길거리 농구의 한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3대3 길거리 농구의 한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되고 정치권과 검찰·경찰·언론 등에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사기꾼 김모(43)씨의 여러 직함 중 하나는 3대3 농구 대회를 개최하는 '한국3X3농구위원회(KXO) 위원장'이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스포츠 대회를 주최하는 자리가 정치권에 접근하기 쉽다는 판단으로 작은 규모의 체육단체에 접근해 장을 맡은 것으로 말했다.

최 평론가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씨가 KXO 위원장을 맡은 목적을 "신분세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체육단체장을 맡게 되면 정치인들과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김씨 입장에서) 신분을 세탁하고 자신을 공식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포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에 따르면 김씨가 접근한 3X3농구위원회는 생활체육 동호인 단체로 스포츠계에선 비주류 단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KXO리그는 대한민국농구협회 '코리아투어' 대회와 한국3X3농구연맹의 '프리미어리그' 등과 더불어 3대3 농구 쪽에서는 규모 있게 열리는 대회로 꼽히고 있으며 프로급 선수들도 출전하고 있다.

3대3 농구가 도쿄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기세를 올릴 조짐은 있지만, 국내는 저변이 넓지 않고, 수익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씨에게 이용당한 셈이 된 것이다.

최 평론가는 "농구계로서는 아마 허탈한 심정일 것"이라면서 "취임 행사에서 정계나 연예인들의 동영상을 틀어주는 등 본인의 친분이나 인맥만 과시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있다"고 말했다.

또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지원금 3,000만 원을 약속했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아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스포츠 단체 입장에서는 김씨 같은 '자칭 재력가'의 접근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3대3 농구 위원회가 리그도 운영하고 투어 대회도 개최하는 영향력 있는 단체지만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을 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영세한 군소종목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포장해서 접근했을 때 아마 재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고 영입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단체가 이권을 위해 이용되는 사례로 박근혜 정부 때의 승마와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사업 개입, '맷값 폭행'의 주인공 최철원 대표의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 등을 들었다.

최 평론가는 "맷값 폭행의 주인공이라는 게 알려졌음에도 창단하겠다, 지원 많이 하겠다는 공약에 아이스하키인들이 뽑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군소한 단체들까지 내려가면 회장이 김씨처럼 내가 지원금을 얼마나, 어느 정도 내겠다라고 약속하고 난 뒤에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며 "이런 일 때문에 회장에 대한 탄핵이라든지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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