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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파업 수순… 정의선, ‘소통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21.07.07 04:3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6일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6일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노조가 본격적인 파업 절차에 돌입했다. 쟁점인 정년 연장과 임금인상 등에 대해 사측과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이에 따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노조 파업을 맞이할 위기로 내몰렸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6일 오후부터 7일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지난 5일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발생 결의안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당초엔 이상수 노조위원장 중심의 현 집행부가 ‘실리 성향’이란 점에서 파업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하지만 이 위원장 체제부터 직원들의 실질 임금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해 10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정 회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년 연장’을 강조해 온 기존 노조와 ‘성과급 정상화’에 방점을 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조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면, 현대차는 3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도 깨진다. 노조와 별도 만남을 갖고,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한 결과가 정 회장 취임 이후 첫 번째 파업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난 2년간 무분규 타결을 거둔 것에 대해 정 회장의 리더십의 결과라고 설명해왔다”며 “올해 파업이 진행될 경우, 정 회장의 소통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노사는 5월 26일 상견례 이후 13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정년 연장(최장 만 64세)에 대해 완고하다. 현대차 생산직이 올해부터 매년 약 2,000명씩 5년간 1만 명의 정년퇴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5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 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 원 등을 제안했을 뿐, 정년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파업 수순에 들어간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전경. 연합뉴스

노조가 파업 수순에 들어간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전경. 연합뉴스

현대차 이외의 ‘하투(夏鬪)’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6.5%를 확보,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1,000만 원가량의 일시금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에서 거부한 결과다. 지난 1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한 기아 노조 역시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하고, 만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조차 마무리 짓지 못해, 올해 임금협상은 시작도 못 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 양측은 직장폐쇄와 부분파업을 주고받으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현재 소수 노조와의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로 인해 '르노삼성 노조'의 교섭·쟁의권이 정지돼 갈등 상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현 대표 노조가 교섭권에 복귀하면 언제든지 노사분규(勞使紛糾)가 재점화될 수 있다.

완성차 5사 중 노사 분쟁 이슈가 없는 곳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차가 유일하다. 쌍용차 노조는 단체협약 교섭 주기를 3년으로 변경하고 지난해 삭감된 임금을 2년간 유지하는 내용의 자구안에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 교섭은 없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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