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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사태 이후, 달라진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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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29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4월 관련 사건이 일어났고, 오 전 시장은 같은 달 사실을 인정한 뒤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당시 부산시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권한대행이던 행정부시장은 성폭력 전담팀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공공조직 내 성차별 인식과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향후 발생하는 성비위 사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하에 일벌백계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두 달여 뒤엔 시 감사위원회 산하에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만들었다. 올 4월에는 부산시 고위공직자들이 모여 성폭력을 막겠다는 서약식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파는 계속됐다. 오 전 시장의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여성단체는 엄벌 요구를 외쳤다. 사람들은 성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혀를 차며 50년 동안 고위 공직자로 있었던 한 사람의 처량한 말로를 지켜봐야 했다.
시장의 성범죄로 일어난 파문과 홍역을 치른 지 고작 1년여. 긴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부산지역 공무원들의 성폭력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시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단은 올해 들어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일선 구ㆍ군과 시 산하기관으로부터 모두 38건의 성폭력 상담지원 및 사건조사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사건조사 처리가 된 성폭력 15건 중 피해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해자는 고위직, 상사, 선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오 전 시장이 그랬듯 직장 내 상하 관계에서 부하 직원이 피해자가 되는 모양새가 여전했다. 주변에서는 “신고한 것만 그렇지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도 나왔다. 징계 결과도 정직이 1건, 나머지는 훈계·견책·감봉·징계보류 수준이었다. 사건 접수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실명이 노출되거나 구청의 회유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성폭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조사 과정에서의 독립성과 전문성 부재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부산시 조직 내 성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각종 대책과 엄벌에 대한 경고는 그저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다. 법이 있다고 범법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공직에 몸담은 사람들이 이러면 곤란하다. 급조한 대책은 또 허점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과정이 ‘공염불’에 그쳤다.
공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는 성폭력 예방과 근본적 제도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오는 8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달 외부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서울시 성적괴롭힘·성폭력 심의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예외없이 회의는 거듭됐고 대책은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회의들의 결과가 부산의 경우와 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성폭력 사건의 반복을 막는 실질적 효과가 따르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성폭력 사건들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충분히 상처 받고 지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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