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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움직이는 윤석열, '文정부 탈원전'부터 때리는 이유

입력
2021.07.06 09:00
수정
2021.07.06 09: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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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대를 방문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대를 방문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은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다. 사회적 합의도 없고 법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게 탈원전 정책이다."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이다. 대선 출마선언 6일 만인 이날 윤 전 총장은 정책 행보를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1차 타깃으로 삼았다.

검찰총장과 원자력발전소는 겹치는 지점이 별로 없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것이 검찰총장을 그만 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선출마의 명분을 쌓고, 현 정부에 강한 반감을 가진 보수 지지층을 끌어 모으려고 '탈원전 비판'을 앞세웠다는 뜻이다.

"탈원전 비리 수사 외압 때문에 총장직 관둬"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대를 찾아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학자다.

윤 전 총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 수사'가 자신이 정치를 하러 나온 결정적 계기였다고 소개했다. "제가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다"며 문재인 정부 외압 가능성을 흘렸다. 이어 "검찰 수사권 박탈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이뤄졌고, 더 이상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면담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탈원전 반대'를 윤석열의 첫 정책 브랜드로

윤 전 총장은 '탈원전 반대'를 정책 브랜드로 제시했다. 그는 "원자력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있지만, 에너지를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산업 경쟁력이 생긴다"면서 "(원전은) 일자리, 청년 희망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정책은 안보와 경제의 문제로, 졸속 탈원전 방향은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6일부터 '윤석열이 듣습니다'라고 이름 붙인 민심 탐방을 시작했다. 그는 민심 탐방 첫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원자핵공학과 학부·대학원생들을 만나 원자력 정책을 놓고 토론한다.

윤 전 총장은 '탈원전'을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본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청와대와 정부가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냈고, 청와대와 산업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이 불합리한 정책결정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윤 전 총장은 관련 수사를 지휘하다 검찰총장 직무에서 배제됐다.

보수진영 대선후보 경쟁자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도 일부 있다. 원전 비리는 감사원장 시절 최 전 원장이 처음 수면 위로 띄웠고, 그 과정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강직한 이미지'를 쌓았다. 윤 전 총장은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에서 물러난 것도 월성 원전 사건 때문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검사인 윤 전 총장이 정책적으로 논쟁이 첨예한 탈원전 반대를 첫 어젠다로 제시한 건 의외"라며 "최 전 원장을 견제하면서 '정의로운 법조인'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국민의힘 밖에서 대선 전략 다듬기에 매진한다. '선거 전략가'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조만간 만나기 위해 회동 일정도 조율 중이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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