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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지고 '뚜벅뚜벅'... 정정한 전두환, 골목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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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피고인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재판 당일인 5일 재판정 대신 집 앞 골목을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한국일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투병 등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을 회피해 온 전씨는, 이날 누구의 부축도 없이 혼자서 꼿꼿한 자세로 잠깐의 나들이를 즐겼고, 분위기를 깬 기자를 노려보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정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전씨에 대한 혐의의 유무죄를 가릴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미 이전 재판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서 이날 재판은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만약, 출석 의사가 있었다면 전씨는 아침 일찍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했어야 했다.
전씨는 광주로 향하는 대신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연희동 자택 주차장 쪽문을 통해 혼자서 집 밖으로 나왔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흰색 와이셔츠 단추를 맨 위까지 채운 전 씨는 하늘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여기에 아이보리색 바지와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은색 구두까지, 마치 나들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화사하고 단정한 차림이었다.
수행원이나 경호원 없이 혼자서 자택을 나선 전씨는 골목을 따라 몇 걸음 옮기다 방향을 틀어 기자가 있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보폭이 다소 좁고 속도가 느렸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뒷짐을 지고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는 전씨의 자세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동안 재판정 앞에서 보여준 '노쇠한' 모습은 물론, 변호인이 숱하게 주장해 왔던 '건강상의 이유'도 그의 걸음걸이에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꼿꼿한 자세로 골목을 거닐던 전씨는 약 30m 전방에서 자신을 촬영하는 기자를 발견한 후 걸음을 멈췄다. 전씨는 잠시 기자를 응시하더니 불쾌한 표정으로 고함치듯 물었다. "당신 누구요!" 기자가 "한국일보 기자입니다"라고 대답한 뒤 전씨를 향해 몇 걸음 다가서는 찰나, 자택 맞은편 주택에서 경호원이 나타났다. 이 주택은 경호원 및 수행원들이 머무는 숙소로 알려졌다.
경호원은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등을 돌려 선 채로 카메라 앵글을 가린 다음 전씨를 경호원 숙소 건물로 안내했다. 거리가 멀어 명확히 들리지는 않았으나, 경호원은 '언론에 나가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전씨를 설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숙소 건물로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기던 전씨는 경호원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따져 물었고, 불쾌한 듯 구겨진 표정도 풀지 않았다. 그렇게 경호원 숙소로 급히 들어간 전씨는 기자가 있는 동안 건물 밖으로 다시 나오지 않았다.
평소 정정하다가도 재판을 앞두고는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출석을 거부해 온 전씨의 행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9년 11월에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재판 불출석 사유서를 낸 전씨가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심 선고 공판에서는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출석한 뒤에도 재판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법은 1심에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지난 5월부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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