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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 "마인크래프트를 19금 만든 셧다운제 없애라" 분통

입력
2021.07.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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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사 MS "계정 통합으로 미성년자 접속 불가능"
여가부 "셧다운제 때문 아닌 MS 자체 방침" 해명
게이머들 "그런 결정 배경에 셧다운제 있다" 비판
대선후보 등 정치권서 셧다운제 개정 목소리 커져

마인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마인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 캡처

10대들이 주로 즐기고 국내외에서 교육용으로까지 쓰이는 유명 게임 '마인크래프트'국내에서는 성인이 아니면 구매 및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게이머들은 이 사태의 원인을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인터넷 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에 돌리고 있다.

이에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게임 운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정책 변경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게이머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타당하지 않은 법을 통과시키고 정책을 펼친 결과라며 '셧다운제를 폐지하라'는 주장을 내걸고 나섰다.

5일 다수 마인크래프트 게이머 커뮤니티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올해 안으로 만 19세 이상이 아니면 마인크래프트를 공식적인 방법으로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

이는 MS가 별도의 '모장' 계정으로 운영되던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의 접속 방식을 올해 안에 MS 온라인 게임 판매 플랫폼인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으로 통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MS는 엑스박스 라이브를 국내에서 운영하면서 셧다운제를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신 게임 계정 자체를 미성년자는 가입 및 이용할 수 없도록 막아 두고 있다.

MS뿐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 전용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는 해외 운영사의 온라인 스토어 다수가 셧다운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미성년자는 계정을 개설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미 마인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에 있는 플레이어의 경우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는 2020년 12월부터 내려진 조치로, 당장은 신규 구매자에 한한 것이다. 즉 현 상황에서는 기존의 '모장' 계정을 보유한 10대 게이머 대부분은 여전히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MS가 모장 계정의 보안 문제를 고려해 별도로 운영되던 모장 계정마저 엑스박스 라이브 쪽으로 차례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최종적으로는 이마저도 막히면서 마인크래프트가 '사실상 19금'이 된다는 게 게이머들의 주장이다.


"MS 정책 변경 때문" 책임 돌린 여가부

여성가족부 공식 트위터 캡처

여성가족부 공식 트위터 캡처

여성가족부는 일단 MS의 정책 변경에 책임을 돌렸다.

2일 해명을 통해 "마인크래프트 자바에디션 게임의 19세 미만 청소년 이용이 제한된다는 건 셧다운제 때문이 아니라 MS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라며 MS의 자의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MS에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많은 한국 게임 이용자를 더 세심하게 고려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맞는 설명이다. '12세 이용가'였던 마인크래프트의 등급이 셧다운제로 인해 바뀐 것이 아니고, MS가 필요성을 느낀다면 엑스박스 라이브에 셧다운제를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실질적으로 MS가 마인크래프트에 셧다운제를 적용하다가 갑자기 19세 미만 이용자의 접속을 금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가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게이머 커뮤니티는 일제히 셧다운제를 성토하고 나섰다.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한국 마인크래프트 포럼' 등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10개가 공동성명을 통해 ①셧다운제의 전면 폐지 또는 일률적 적용 대신 게임 종류나 상황에 따른 적용, ②보호자가 요청할 때만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셧다운제의 마수가 교육적이고 창의적인 게임의 대명사인 마인크래프트로 뻗쳤다"며 "한국이 마인크래프트조차 성인 게임으로 전락하는 전무후무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지난해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가 '마인크래프트 청와대 맵'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어린이 대상 비대면 초청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로 청소년 이용자가 많은 게임으로 꼽힌다.


정치권 일제히 "셧다운제 폐지 또는 개선해야"

청와대가 지난해 5월 5일 공개한 어린이날 영상 속 청와대 전경.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지난해 5월 5일 공개한 어린이날 영상 속 청와대 전경. 청와대 제공

현재 정치권에서는 셧다운제의 전면 폐지 또는 수정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거나 발의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말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셧다운제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보호자가 자녀의 셧다운제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5일 셧다운제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이광재 의원은 경선 TV토론에서 두 차례에 걸쳐 "10대에게 마인크래프트를 허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예 게임물 등급을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에 앞서 정부를 향해 "셧다운제 폐지를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는 성인용 게임이 된다고 한다. (운영사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셧다운제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하는데도 여성가족부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여가부를 향해 "이제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논의에 참여하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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