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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떡 사먹기 어려운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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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멈춰섰다. 올해 4월 전염병 재확산 후 5일까지 확인된 신규 확진자만 6,034명이다. 현재 호찌민은 이동이 봉쇄돼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최대 한인 커뮤니티가 있는 호찌민 교민들의 삶도 비참하다. 다급해진 베트남 정부가 부족한 백신을 끌어모아 자국민 중심으로 공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입국해 백신을 맞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대답은 극한 상황을 버텨낼 의지마저 내려놓게 만든다.
베트남 교민들이라고 고국의 백신 수급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떼쓰고 우리만 챙겨달라고 고집을 피우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바라는 건 재외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성의 있는 노력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답이 참 가관이다. "'돈 있으면 떡 사먹어라'는 이야기로 들리는 건 알지만 상황이 어려우면 일단 고국으로 들어와 해결하라." 동어반복과 부적절한 비유. 동남아 3개국을 방문했다 떠나며 남긴 우리 외교부 장관의 말 어디에도 재외국민에 대한 배려나 진심은 없었다.
베트남 교민들은 돈이 없어 한국에 못 들어오는 게 아니다. 입국 시 2주, 베트남 복귀 시 4주 격리를 감내해야 한다. 대다수 교민들은 주재원 혹은 개인사업자가 아닌가. 6주의 업무 공백을 감내할 여력이 없다. 이달 들어 꽝닌성(省) 번동 공항이 백신 접종자 1주 격리 방안을 시범시행 중이지만, 어차피 호찌민 등으로 들어가면 2주 이상 격리를 또 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말과 행동은 분명하다. '떡 사먹을 돈' 운운할 게 아니라 재외국민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것, 그 좋다는 양국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하다 못해 출입국 절차라도 서둘러 간소화하는 것, 이게 전부이자 필수다.
"코로나19가 국적을 가려 침투하겠나. 백신을 긴급 공수해 베트남 내 자국민 접종을 시작한 일본과 중국을 볼 때마다 한국인이란 사실이 슬퍼지는 건 도리가 없다."고 말한 호찌민 교민의 푸념은 17만 베트남 거주 한국인의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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