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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역습에… 英·이스라엘, '정반대 해법' 주목

입력
2021.07.05 21:00
수정
2021.07.05 21: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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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규제 완화·코로나19와 공존의 길로
이스라엘, 규제 강화·델타 변이와의 전투로
백신 접종률 높은 두 나라, 새로운 집단 실험

영국 런던에서 4일 지하철을 탄 승객들이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영국 정부는 19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규제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4일 지하철을 탄 승객들이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영국 정부는 19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규제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선도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집단 면역에 근접한 영국과 이스라엘이 델타(인도발) 변이의 위협 앞에서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영국은 이달 중순 봉쇄를 대부분 풀고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위한 새 방역 지침을 추진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사라졌던 규제를 되살려 ‘바이러스와의 전쟁’ 2라운드에 나설 채비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델타 변이 확산 탓에 4주 미뤘던 마지막 봉쇄 완화를 당초 예정대로 19일부터 강행하기로 했다.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닌 개인의 자발성에 맡기고, 집합 금지 규정과 사회적 거리두기, 술집·식당 입장 시 QR코드 확인 지침도 폐지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감염자와 접촉해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관과 나이트클럽 영업도 곧 재개한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해방’ 선언이 아니다. 방역의 무게중심을 법적 규제에서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고 향후 몇 주간 감염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정책 기조 변경은 높은 백신 접종률에 근거한다. 영국 성인 86%는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고, 63%가 접종을 완전히 마쳤다. 델타 변이 감염률이 99%까지 치솟은 데다 신규 확진자도 연일 2만 명 이상 쏟아지지만, 백신 덕에 입원과 사망에 이르는 사례는 확연히 줄었다. BBC방송은 “지난 겨울 확진자 60명당 1명이었던 사망률이 지금은 1,000명당 1명으로 감소했다”며 “규제로 얻는 이익이 예전보다 훨씬 적다는 걸 의미한다”고 짚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이젠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백신 접종에도 델타 변이 확산세가 잦아들긴커녕 오히려 맹렬해지고 있어서다. 4일 신규 감염은 2만4,248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1만5,953명)보다 8,295명이나 늘었다. 특히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사우스 타인사이드의 신규 확진자는 195% 폭증했다. 게이츠헤드와 선덜랜드도 각각 142%, 131% 늘어났다. 수전 미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감염병을 내버려두는 건 ‘변이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신임 총리가 4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악화하면 규제 조치를 부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신임 총리가 4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악화하면 규제 조치를 부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대처 방식은 정반대다. 봉쇄 고삐를 바짝 틀어쥔 것이다. 다만 이런 판단의 근거는 사실상 영국과 동일하다. ’델타 변이를 쉽게 통제하긴 어렵다’는 인식 아래 고강도 방역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의미다.

사실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 930만 명 중 562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520만 명은 2차 접종도 끝냈다. 그럼에도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달 말 300명대로 껑충 뛰었다. 2주 전 60%였던 델타 변이 감염 비율도 90%까지 치솟았다. 감염자와 접촉해 격리 중인 사람(5만9,967명)도 2주 만에 두 배 늘었고, 최근 텔아비브에선 고등학생 83명이 졸업파티 중 집단 감염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 지난달 25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복원한 데 이어 이젠 ‘그린패스’ 재도입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린패스는 백신 접종자에 발급하는 면역 증명서로, 상점과 식당에 들어갈 때 제시해야 한다. 현지 매체 채널12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어린이가 주로 모이는 장소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히브리대는 3일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규제를 하지 않으면 2주 안에 하루 확진자가 1,000명대로 증가할 것”이라며 “시간을 더 끌 경우, 방역 효과를 내려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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