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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돌아섰다” 상반기 국산차 판매 줄고 수입차 성장… ‘수입차 점유율 사상 최대’

입력
2021.07.05 20:30
16면

최근 5년간 자동차 내수 시장

최근 5년간 자동차 내수 시장

올 상반기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명암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는 다양한 신차 출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보복소비’가 겹치면서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국산차 시장은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등의 부진으로 판매량과 점유율에서 모두 후퇴했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는 90만86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했다. 이 중 판매량에서 국산차는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75만3,104대에 머물렀지만 수입차는 같은 기간 대비 15.2% 성장한 14만7,757대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제2의 전성기’로 불릴 만큼, 호황기를 누렸다. 내수 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대치인 16.4%를 기록한 것이다. 판매대수 역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수입차 시장 1, 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4만2,170대)와 BMW(3만6,261대)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0%, 42.6% 성장했다.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도 판매량이 32~61%가량 증가했다.

람보르기니 SUV '우루스'. 람보르기니 제공

람보르기니 SUV '우루스'. 람보르기니 제공

수입차의 이런 선전 배경엔 △다양한 신차 출시 △보복소비 심리 확대 △저가 수입차 확대 등이 꼽힌다. 수입차 업체들은 올 상반기에만 20여 종의 신차를 출시했다.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가 많았다. 또 폭스바겐 등 일부 업체들은 2,000만 원대에 구입 가능한 신차까지 내놓으면서 ‘국산차보다 싼 수입차’를 판매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고가제품’인 수입차 구매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장벽이 낮아졌고, 실제로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도 많이 줄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보복심리로 상반기 판매가 늘었지만, 하반기에도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져 ‘수입차 대중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1일 서울 시내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모습. 뉴스1

지난 4월 11일 서울 시내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모습. 뉴스1

반면 국산차 업계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상반기 해외 수출 물량 덕분에 전체 성장은 지켜냈지만, 내수시장에선 사상 최악의 점유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차(0.4%)와 기아(0.0%)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지켜냈지만, 쌍용차(-18.4%), 르노삼성차(-17.3%), 한국GM(-6.8%) 등은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GM 노조는 이날 진행한 노동쟁의 찬반투표에서 76.5%의 찬성표를 얻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부족을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파악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해외 업체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지만 국내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전문가들은 국산차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수입차 시장 점유율 확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국산차 3사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소비자 이탈이 많아졌고, 이들은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수입차로도 많이 넘어갔다”며 “현대차그룹은 국산차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가 강화됐지만, 내수 전체 시장으로 봤을 땐 수입차와의 대결에서 점점 경쟁력이 약해지는 모습이고,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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