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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반일적인 사람이 올림픽 반대” 인터뷰에 日 국민 분노

입력
2021.07.04 14:00
수정
2021.07.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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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잡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일'이라고 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4일 아베 당시 총리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전화회담 후 도쿄올림픽의 1년 정도 연기에 합의했다고 밝히던 모습.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잡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일'이라고 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4일 아베 당시 총리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전화회담 후 도쿄올림픽의 1년 정도 연기에 합의했다고 밝히던 모습.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잡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일’이라고 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은 일본에서는 여론조사 시 과반수가 올림픽 중단이나 재연기를 바라고 있다고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반대 주장을 엉뚱하게 이념 문제로 치환시킨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일 마이니치신문과 일간겐다이 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최근 발매된 월간지 ‘하나다(Hanada)’ 8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개최 의의를 강조하고 반대 세력을 비판했다.

먼저 올림픽의 의의에 대해서는 “(일본인 선수의 메달 획득 등) 감동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일본인끼리의 유대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라며 “감동을 공유하고 같은 체험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마주하고, 일본인으로서 자부심을 형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빠뜨릴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받드는 일본이 올림픽을 성공시키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일본에는 그럴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와중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데 대해서는 “지극히 정치적인 의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전 총리는 “그들은 일본에서 올림픽이 성공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라며 “(일본)공산당으로 대표되듯이, 역사 인식 등에 있어서도 일부에서 ‘반일적이 아닌가’라고 비판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달 23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신주쿠구의 도쿄도청 제1청사 앞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여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도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달 23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신주쿠구의 도쿄도청 제1청사 앞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여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아베의 이 발언이 전해지자 야후재팬의 한 기사에는 무려 1만5,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일본 네티즌의 비판이 쏟아졌다. 올림픽 반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사람들의 생명을 걱정해 하는 것이고, 지난해 2년 연기 대신 1년 연기를 택한 것은 아베 본인 아니냐는 것이다.

일간겐다이는 “올여름의 개최에 반대하는 소리가 큰 것은 강행 시 감염 재확산이나 의료 붕괴의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지, 결코 이념적 대립이 아니다”라며 “아베는 여론조사에서 중단이나 연기를 요구하는 67%의 사람이 반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여성 매체인 ‘조세지신(女性自信)’은 “지난해 3월 주변의 ‘2년 연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바흐 위원장에게 ‘1년 연기’를 제안한 사람이 아베”라며 “당시 대회 조직위원회 이사는 ‘2년 연기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고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열게 된 것은 아베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반대하는 세력을 반일이라고 말한 데 대해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반대하는 세력을 반일이라고 말한 데 대해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유명 정치인이나 언론인도 아베의 발언을 트위터를 통해 반박했다. 직접적으로 지목된 일본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자신에게 반대하면 반일 딱지를 붙인다. 이런 어리석은 발언을 한 나라의 총리까지 맡았던 사람이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17선의 거물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小?一?)도 트위터를 통해 “(아베가) 4년 전에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런 사람들한테 질 수 없다’고 외쳤다. 국민을 결집시키기는커녕 멋대로 낙인찍기 식으로 갈라 놓는다. 정치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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