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너무 많아" vs "면역 장벽 믿어"… 獨英 정상, 유로2020 관중 수 공방

메르켈 우려에 존슨, 방역·백신 자신감 피력
'9월 선거 뒤 퇴임' 메르켈, 마지막 영국 방문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2일 버킹엄셔에 있는 지방 관저 체커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팔꿈치로 인사하고 있다. 버킹엄셔=EPA 연합뉴스

“6만 명은 너무 많은 것 같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백신 면역 장벽 높아 괜찮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독일과 영국 정상이 런던에서 열릴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경기 관중 규모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빠르게 지구촌을 잠식해 가는데도 높은 백신 접종률을 믿고 방역 규제를 푸는 영국이 바다 건너 유럽은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일(현지시간) 유로 2020 웸블리 스타디움 관중 규모를 6만 명까지 확대하기로 한 유럽축구연맹(UEFA)과 영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고, 매우 염려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을 찾아 존슨 총리와 만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다. 유로 2020 경기장 및 개최 도시 술집에 모인 인파가 유럽의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전날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자신만만하다. “당연히 과학적 지침과 권고를 따를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분명한 건 전원 검사 실시 등 아주 신중하고 잘 통제된 방식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영국은 백신 접종으로 상당한 면역 장벽을 갖추기도 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인구의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영국에서는 3만 명 가까운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에 비해 사망자 수가 20명대로 적은 편이다.

이날 두 정상은 올 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뒤 새 협정의 일환으로 양국 간 정기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6년간 총리 임기 중 22번째인 메르켈 총리의 이번 영국 방문은 재임 기간 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9월 자국 선거가 끝나면 그가 물러나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기리는 학술상을 만들고 매년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우수한 영국 또는 독일의 여성을 선정해 1만 파운드(1,560만 원)를 상금으로 준다고 발표했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난 메르켈 총리는 외국 정상으로서는 1997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화상이지만 영국 국무회의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