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장에 독도새우 보낸 수산업자... 정치권 전방위 접촉

입력
2021.07.02 21:18
수정
2021.07.0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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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언 유착에 여야 유력 정치인까지 만나??
박지원 원장 "만난 건 인정...이후 인연 없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경기 시흥에 소재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 생활실을 기자단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시흥=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경기 시흥에 소재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 생활실을 기자단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시흥=연합뉴스

100억원대 사기 혐의 및 검찰·경찰·언론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수산업자 김모(43)씨가 박지원 국정원장과도 최근까지 밀접하게 교류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는 박 원장은 물론 야당 유력 정치인들과도 어울리며 독도새우 등 고급 해산물을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기관 수장인 박 원장까지 희대의 사기꾼을 검증 없이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 수사가 전방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원장은 지난해 야당 유력 정치인 소개로 김씨를 만나 식사를 했다. 김씨는 당시 자신을 "포항에서 사업을 하고 인터넷 언론을 운영하고 있다"고 박 원장에게 소개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7월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국정원장 부임 이후 박 원장의 여의도 자택으로 대게와 독도새우 등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은 올해 2월 박 원장 집으로 선물을 배달하면서 현관 앞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한미 정상회담 국빈만찬에 오른 독도새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한미 정상회담 국빈만찬에 오른 독도새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 원장 측은 "김씨를 만나 식사를 하고 선물은 받은 건 맞다"면서도 "분명한 건 이후 만남이 이어지지 않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원장 측은 그러면서 "친분이 있던 중진 정치인이 김씨를 소개했다"며 "김씨가 구속된 사실은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전해왔다.

김씨는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시킨 오징어) 사업을 한다며 투자 명목으로 7명으로부터 116억여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있다.

김씨는 가짜 명함과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와 총경급 경찰 간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수사기관과 언론계 인사들이 현재 금품수수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김씨의 고향인 포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초부터 유력 인사들로부터 김씨의 정체를 확인하는 전화가 많이 왔다"며 "막대한 재력가이고 그럴 듯한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역에선 전혀 알려진 바가 없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포항= 김정혜 기자
포항=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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