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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구급차’와 ‘제2의 구급차’

입력
2021.07.05 04:30
25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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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방송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린튼 가문'이 언급되면서 조명을 받았다. 린튼 가문은 우리나라에서 5대에 걸쳐 선교·의료활동을 펼쳐온 명문가다. 특히 4대인 인요한(존 린튼) 교수는 대한민국 특별귀화자 1호로,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인요한 교수와 그 아버지 인휴(휴 린튼) 선교사가 활동할 당시에는 구급차가 없어 길가에서 안타깝게 죽는 사람이 많았다. 오랜 봉사활동으로 존경받던 인휴 선교사도 교통사고로 광주병원까지 택시로 이송하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더 이상 아버지와 같은 죽음이 없길 바란 인요한 교수는 구급차 도입을 위해 노력했고, 기술자들과 함께 15인승 승합차를 개조해 최초의 한국형 구급차를 탄생시켰다.

이 구급차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안 응급처치와 의료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많은 생명도 구했다.

이처럼 이 구급차가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안타깝게도 전남도는 3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섬 지역이 많고 농어촌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먼 병원까지 가야 한다.

전남도는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내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비율이 56.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병원에 도착한 응급환자를 수술 불가 등 이유로 큰 병원으로 옮기는 응급환자 전원율도 3.3%로 최고 수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0만 명당 1.4명으로 가장 적다.

치료 가능한 의료시설과 인력이 없어 병원을 찾다 유명을 달리한 사례가 주변에 빈번하다. 해결 방법은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인력이다.

응급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초기 대응인 만큼, 어디든 일정 수준의 응급조치가 가능한 의료인력이 상주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권역별로 고난이도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도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있다면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하다.전남도는 지역에 꼭 필요한 의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양성한 의사들이 취약지 곳곳에 나가 1차 의료를 받쳐주고, 부속병원에서 상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전남의 의료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정부·여당에서도 전남의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7월 "의대 없는 곳에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정 합의 등의 이유로 논의가 중단돼 아쉬움이 크다.

최초의 구급차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주변에서는 응급상황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제2의 구급차가 되어줄 의과대학이 절실한 입장이다. 하루빨리 전남도 의과대학 설립 논의가 추진·확정돼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줄일 발판이 마련되길 바란다.



강영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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