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수호'로 뜬 윤석열, '장모 비리 의혹'에 두 배의 상처

입력
2021.07.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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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암초를 만났다. 문재인 정부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며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사흘 만인 2일 법원은 윤 전 총장 장모의 비리 혐의를 인정했다.

윤 전 총장은 권력자와 가족의 부정부패를 봐주지 않는 '정의의 수호자' 이미지로 떴다. 그런 그에게 가족의 비리 혐의는 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장모가 구속 수감된 직후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는 입장을 내 '정의'의 편에 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을 겨누는 칼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위기에 맞닥뜨린 '정치인 윤석열'의 실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尹, 장모와 선 분명히 그었지만…

윤 전 총장은 2일 장모 최모(75)씨가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냈다. "그간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장모를 감쌀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검사 윤석열'에 열광했던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입장문에 '국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장모는 곧바로 항소했다.

대권 행보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을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캠프 제공

대권 행보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을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캠프 제공


윤석열 브랜드 '도덕성', 치명상

장모의 유죄 판결로 윤 전 총장의 최대 자산인 도덕성에 금이 갔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여러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족 관련 의혹 규명에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는 발언을 윤 전 총장은 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그의 입에서 비슷한 얘기가 나왔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장모의 요양병원 불법 운영은 윤 전 총장이 김건희씨와 결혼한 이후의 일이다. 선을 긋기 어렵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의 거침없었던 과거가 부메랑이 되는 측면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공직자와 가족은 한 몸'이라는 전제를 깔고 수사를 주도한 것이 윤 전 총장이다.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방문해 '한국 민주주의 큰 산 김영삼 대통령님의 가르침을 따라 국민만 바라보고 걸어가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윤석열 전 총장 캠프 제공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방문해 '한국 민주주의 큰 산 김영삼 대통령님의 가르침을 따라 국민만 바라보고 걸어가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윤석열 전 총장 캠프 제공


尹 검증 우려 커지자… 광폭 행보로 돌파 의지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는 당장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한 공세는 점점 거칠어지는데, 윤 전 총장에겐 뾰족한 방어 수단이 없다. 지지율은 정체 중이고, 그를 엄호할 조직도 아직은 마땅치 않다.

윤 전 총장은 일단 '직진'을 택했다. 2일 오전엔 김영삼 전 대통령 도서관을, 오후엔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을 방문했다. 장모 의혹을 일단 제쳐 두고 보수 지지층을 보다 확실히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음 주엔 '민심 투어'를 시작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2일 행보가 다소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국가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국민의 검증 요구에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이 여전히 법률가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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