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인종 우대' 구글, 작년 아시아계 줄이고 흑인 임원 두배 늘렸다

입력
2021.07.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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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2021 다양성 보고서' 분석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 사무실 앞 회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 사무실 앞 회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지난해 흑인 간부 비중을 1년 전보다 두 배 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지난해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흑인 등 이른바 '과소대표' 인종의 임원 비중을 대거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흑인과 히스패닉 비중이 높아지는 사이, 아시아계 임원이 급감하는 '역차별' 조짐도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구글 임원진에 흑인·히스패닉 약진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1일 자사 블로그에 이 같은 내용의 '2021 다양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애초 구글은 2014년부터 전 세계 직원의 성별, 인종 등을 조사해 연례 보고서 형식으로 발간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장애인, 성소수자 등으로 조사 대상을 늘렸다. 다양한 직원 구성을 인정해 직장 내 차별 요소를 없애자는 취지다.

그러던 중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태 이후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다투어 인종 불평등 해소를 선언하자, 구글도 고용 다양성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2025년까지 흑인 등 '과소대표 집단(underrepresented groups)' 출신의 임원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고, 흑인 사업가 등 지원에 1억7,5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여기서 구글이 지칭한 과소대표 집단은 사실상 흑인과 히스패닉이다. 현재 구글 전체 직원 중 50%는 백인이고, 아시안계는 42%에 이른다.

구글 2021보고서. 흑인 간부의 채용 비중이 2019년 3.6%에서 지난해 7.1%로 배 가까이 늘었다.

구글 2021보고서. 흑인 간부의 채용 비중이 2019년 3.6%에서 지난해 7.1%로 배 가까이 늘었다.

구글은 실제 지난해 흑인 임원 비중을 2019년 3.6%에서 7.1%로 거의 두 배 늘렸다. 히스패닉 임원도 4.4%에서 5.8%로 증가했다. 구글은 "내년까지 소수 집단 인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를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이미 유튜브에선 흑인 등 임원 비중이 23%까지 늘었다"며 자평했다.

소수인종 우대한다지만… 역차별 논란도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채용을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구글 직원 중 흑인 비중은 4.4%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늘었을 뿐이다. 전체 임원 중 흑인과 히스패닉 비중은 6.9%로 같은 기간 0.6%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여전히 목표치로 잡은 30%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편에선 구글이 흑인과 히스패닉 채용을 늘리면서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백인 비중은 그대로인 반면, 아시안 채용 비중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아시아계 임원 비중(28.7→23.7%)은 백인(66.2→65.8%)보다 훨씬 더 많이 줄었다. 같은 기간 일반 직원 가운데도 흑인 비중이 5.5%에서 8.8%로 급증하는 사이, 아시아계는 48.5%에서 42.8%로 가장 많이 줄었다. 백인 일반 직원은 43.1%에서 44.5%로 오히려 소폭 늘었다. 사실상 구글의 소수자 집단 우대 정책으로 아시아계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구글의 감소지수(attrition index). 흑인 여성의 감소지수가 110에서 146로 증가해 전체 비교 대상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구글의 감소지수(attrition index). 흑인 여성의 감소지수가 110에서 146로 증가해 전체 비교 대상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모든 집단 중 가장 약자로 여겨지는 '흑인 여성'의 퇴사율은 오히려 높아져 이들이 다양성 강화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소수 인종은 첨단 산업에서 여전히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서도 "최근 고용 다양성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이들이 다른 기업에서 수요가 많아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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