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 기업들의 갑질

입력
2021.07.05 00:00
27면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MS 등의 로고 이미지 합성. AFP 자료사진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MS 등의 로고 이미지 합성. AFP 자료사진


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로 평가받는 앨빈 토플러는 2006년 출간한 '부의 미래'를 통해 경제의 발전속도를 규제기관과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의 충돌'이 전세계적인 난제가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즉, 첨단기업을 시속 100마일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규제기관은 25마일의 느린 속도로 이를 뒤쫓고 있으며 법제도는 시속 1마일에 불과한 거북이걸음으로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는 그가 지적한 속도의 충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변혁의 선두에 선 빅테크 기업들이 느림보 규제기관을 비웃기라도 하듯, 법 망의 바깥에서 무소불위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며 천문학적 부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Top5를 휩쓸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애플, MS,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합산 시총은 무려 8조7,000억 달러(약 9,860조 원)에 이르며, 이는 세계 3, 4위 경제대국인 일본과 독일의 2020년 국내총생산액(GDP)을 합한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과 불공정 행위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독점금지규정 위반, 세금 탈세, 개인정보 유출 등을 근거로 이들 빅테크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해온 EU는 최근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안 등 신규 법안 도입을 추진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독과점 해소와 시장갑질 근절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도 빅테크 4사(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를 정조준한 반독점법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상대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SNS 독점' 소송에서 법원이 또다시 페이스북에 면죄부를 주자, 19세기에 제정된 낡은 반독점법으로는 21세기의 디지털 산업질서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법제도 개혁의 당위성에 여야가 뜻을 모은 덕분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와 갑질 행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한편 국내 기업들과의 역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조세 회피를 일삼으며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해온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세금 추징에 나서는 한편,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 시행 및 최근 SKB-넷플릭스 간 망 이용료 분쟁 판결 등을 통해 외국 기업의 망 사용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올해 10월부터 앱 통행세라 할 수 있는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구글을 막기 위해 '구글갑질방지법(인앱결제강제금지법)' 처리를 서두르고 있으며, 이통3사에 광고비를 전가하며 부당이득을 취해온 애플에 대해서도 적법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 망 위로 나는 빅테크 기업들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보다 속도감 있고 치밀한 법제도 개정이 필요하다. 여야 간 힘겨루기와 소관부처 줄다리기로 꼭 필요한 법률 제정의 적기를 놓쳐서는 안되며, 업계와 전문가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섣부른 법안 강행으로 국내 기업들만 옥죄는 역차별 규제를 양산해서도 안된다. 우리 소비자들 역시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불공정 행위와 갑질 횡포를 지속할 수 없도록 면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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