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4년 전과 달랐다... "재벌 해체" 대신 "규제 합리화"

입력
2021.07.02 04:30
수정
2021.07.02 07: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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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번, 공정 '13번'... '개혁'은 3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영상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영상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여권의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흙수저 비주류의 주류 선언'으로 요약되는 그의 출마 선언에는 '저돌적인 개혁가'에서 중도층에도 소구할 수 있는 '안정적인 리더'로 변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불공정·양극화 배경엔 저성장... '공정 성장' 강조

이 지사는 이날 사전 녹화한 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출마 선언식을 했다. 원고지 22매 분량의 선언문에서 그는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불공정과 양극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불공정·양극화의 배경에 저성장이 있다고 진단한 그는 "공정성 확보가 희망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역설했다. 저성장 극복 방안으로 △규제 합리화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지속적 공정 성장의 길을 열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위기가 더 많았던 흙수저 비주류"로 규정했다. 이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과를 만들어 온 저 이재명이야말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희망민국'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를 강조했지만, 그보다는 중도를 겨냥한 '외연 확장'에 보다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출마 선언문에는 '경제'가 18차례, '공정'이 13차례, '성장'(저성장 포함)이 11차례 언급한 반면, '개혁'은 3차례에 불과했다. 재벌이나 검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경상북도유교문화회관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영나온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동=뉴스1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경상북도유교문화회관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영나온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동=뉴스1


"재벌 해체·대대적 개혁"→"규제 합리화·실용적 개혁"

2017년 1월 경기 성남의 한 시계공장에서 했던 19대 대선 출마 선언과 비교하면 이러한 변화는 두드러진다. 4년 전 "이 시대 최고권력 재벌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그는 이날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4년 전 노동 정책에 대해 "노동을 탄압할 게 아니라, 노동자 보호와 노동 3권 신장, 임금 인상과 차별 금지로 노동자 몫을 키우자"고 했지만, 이번에는 "충분한 사회안전망으로 해고가 두렵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는 합리적 노동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자신의 대표 공약이지만 당 안팎에서 무리한 정책이라고 지적받는 '기본소득'은 전면에 부각하지 않고 출마 선언문 후반부에 언급해 비중을 낮췄다. 개혁과 관련해선 '실용적 민생 개혁'을 언급했는데, "언론과 검찰, 공직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으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했던 2017년 출마선언과 극명히 대비된다.

2017년에는 후발주자로서 논쟁적인 이슈를 앞세워 유력 주자와 차별화를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여권 1위 후보로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후보와의 본선을 의식해 자신의 '극단적' '반기업적' 이미지를 순화시켜 중도로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다른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나란히 앉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다른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나란히 앉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성장 적임자' 증명은 과제로

이 같은 변화는 이 지사에게 '양날의 검'일 수 있다. 그간 강조해온 개혁이 아니라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등이 시대정신이라면 "이재명이 과연 적임자인가"라는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당내 경쟁자 중에도 이 지사보다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리더십을 앞세운 후보들이 많다. 출마 선언에서만이 아니라 향후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경제 성장의 적임자'임을 증명해야 할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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