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산업자' 김 회장, 농구대회로 포항시 속이려 했다

입력
2021.07.01 17:15
수정
2021.07.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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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회 개최 제안…억대 지원 요구
市 "코로나로 안 된다" 거절했지만…
'영일대 해수욕장서 8월 연다' 홍보?
김정재 의원 등 유력 정치인도 접촉

경북 포항시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직 부장검사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43)씨가 경북 포항시에 농구대회 개최를 제안하며 수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김씨는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포항시와 긴밀히 협의 중인 것처럼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쯤 한국 3대3농구위원회(KOX) 회장직 명함을 들고 시장실을 찾아 이강덕 포항시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사전 약속도 하지 않고 찾아온 그는 이강덕 시장을 만날 수 없게 되자, 부시장을 대신 만났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KOX리그를 유치하면 많은 인원이 포항을 찾아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대회 개최와 함께 수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개최 장소로는 관광지로 유명한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을 제안했다.

포항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기존 행사를 잇따라 취소한 상황을 들어 거절했다. 그러자 김씨는 영일대해수욕장 대신 자신의 고향인 구룡포읍을 추천하며 1시간 이상 집요하게 매달렸다.

당시 부시장이었던 송경창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김씨가 갑자기 찾아와 요구해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고향이 포항이라 꼭 열고 싶고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포항시가 불가 입장을 밝혔는데도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포항시와 8월 개최를 협의 중인 것처럼 말했고, 대회 장소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홍보했다. 송경창 본부장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일언지하 거절했고, 이후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며 “김씨의 사기 사건을 듣고 나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 2월 포항 북구 국회의원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기자 소개로 김씨를 만났고 식사를 함께 했다. 김씨는 이 때도 자신의 아버지가 고향 구룡포읍에서 큰 조선소를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거짓말하며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재 의원 측은 “포항 구룡포에서 큰 사업을 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알아보니 아닌 걸로 파악됐다”며 “이동훈 기자한테도 김씨에 대해 좀더 알아보라고 일러줬다”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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