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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피하려 '5인 미만'으로 사업장 쪼개기 '꼼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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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재 P아웃렛은 사업주 한 명이 업체를 실질적으로 소유 중이지만, 서류상으론 아웃렛 매장이 모두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매장 수만큼 사업장을 쪼갠 셈이다. 매장 노동자들은 4대 보험료 대신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다.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프리랜서로 둔갑시킨 것이다. 매장별 상근자 수를 5명 미만으로 만들기 위한 꼼수였다.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들이 만든 노동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5월 12일 P아웃렛을 지역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P아웃렛처럼 ‘5인 미만’으로 쪼개기를 시도한 사업장 40여 개를 찾아냈다. P아웃렛은 이번 고발이 아니었다면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뒤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죽거나 다쳐도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이유로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상시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이같은 '사업장 쪼개기'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4일 권리찾기유니온 등에 따르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사업장 쪼개기'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서류상으로만 업체를 쪼개는 ‘사업장 분리형’이 대표적이다. 직원이 20명인 경우 '가짜 대표' 5명을 두고 ‘4인 사업장’ 5개를 만드는 식이다. 공인노무사인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은 “사업장은 하나인데 지인들을 동원해 16개 ‘유령 사업자’로 등록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법무법인 율립의 오민애 변호사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사업장만 쪼개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계약까지 마친 노동자를 프리랜서나 사업자로 둔갑시키기는 ‘직원 미등록형’도 있다. 이것 역시 상근직을 4명으로 만들기 위한 수법이다. 사업주가 직원들의 4대보험 가입을 안 시키는 대신, 개인사업자가 내는 사업소득세율 3.3%를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형태다. 직원과 근무시간이 명시된 계약을 맺고 출근일수에 따라 보수를 주는데도 ‘그 직원은 사업소득세 3.3%를 내고 있으니 상시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런 업체를 찾아내 지난 4월 고발했다.
가짜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사업장 분리형'과 '직원 미등록형'을 합친 방식(혼합형)도 있다. 하 실장은 “유령사업장 만들기를 계속 밀어붙일 순 없으니, 쪼개진 사업장마다 ‘무늬만 프리랜서’를 만들기도 한다”며 "이럴 경우 단속기관은 서류상 사업장뿐 아니라, 사업자로 둔갑한 노동자까지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단속에 더욱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사업장에서 ‘수직적 쪼개기’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사(원청)가 가짜 사업장 여러 개를 만들어 피라미드 방식으로 도급을 주고, 각각의 사업장엔 개인사업자로 위장한 노동자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권리찾기유니온 측은 "현행 시스템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구조”라며 “특히 도급이 일상화된 건설업의 경우 이런 방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직원수를 줄여 처벌을 피하려는 이 같은 꼼수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오민애 변호사는 "현행법으로 '사업장 쪼개기' 자체만으로는 처벌조항이 없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실장도 "고용노동부가 오히려 우리 쪽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업장 규모가 5인 미만이란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사업주를 제재하는 것이다. 하 실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닌데도, 사업주가 5인 미만을 주장하다가 적발되면 중대재해법에 처벌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사업장 규모를 속여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등록의 형식적 요건보단 실질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업무수행 형태나 지휘감독 체계가 하나의 사업체처럼 운영되고 있다면 하나의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규정을 향후 논의될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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