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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강부약' '대동세상'... 이재명이 걸어 온 '사자성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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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대동세상(大同世上)'
이재명 경기지사, 1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1일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이재명 경기지사의 출마 선언문은 이 두 단어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4,200자 분량의 출마 선언에서 이 지사는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며 이 지사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사자성어 두 개로 압축해 제시했다.
정치인에게 사자성어는 익숙하면서도 유용한 스피치 도구다.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때로는 답하기 어렵고 곤란한 질문에 적당히 퉁 치고 넘어가는 데 사자성어만 한 게 없어서다.
이 지사 역시 사자성어를 애용하는 정치인 중 한 명. 특히 정치적 고비마다 그의 입에선 사자성어가 튀어나왔다. '이재명의 사자성어 리스트'로 그의 정치 인생과 비전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①'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鹿)을 말(馬)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다."
이 지사는 2018년 11월 경찰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과 관련해 자신의 부인 김혜경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직후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경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불만을 토로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진나라 환관 조고가 왕 앞에서 자신을 따르는 신하를 가리기 위해 사슴을 말이라고 부르게 한 것에서 유래했다.
같은 해 6·13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는 경기지사에 당선됐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친문 핵심이었던 전해철 후보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논란도 그중 하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을 비방하는 내용을 자주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 지사가 '반문 인사'로 찍히는 결정타가 됐다.
②'새옹지마(塞翁之馬)' ③'사필귀정(事必歸正)'
그해 10월, 이 지사는 또 한 번 사자성어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한다. 김부선씨와의 '여배우 스캔들', 고(故) 이재선씨와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 각종 의혹으로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분당경찰서에 출석하면서다.
사필귀정은 원불교 서적인 정산종사법어에 나오는 글귀로 '처음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해도 무슨 일은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새옹지마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을 수 있고, 좋고 나쁜 일을 미리 예단할 수 없다'는 의미. 중국 변방의 노인 새옹의 말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비롯했다.
이 지사는 각종 의혹에 대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지금 받는 의혹이나 오해가 풀릴 것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④'인생무상(人生無常)'
본인 신상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와 친문 진영과의 갈등으로 민주당에서 탈당 압박까지 받았다는 이 지사는 같은 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회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인생무상이죠"라고 본인의 심경을 토로했다.
인생무상은 불교와 도교에 드러나는 정신으로 인간이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포자기한 듯한 그의 답변에 국감장은 웃음 바다가 되기도 했다.
⑤'만독불침(萬毒不侵)'
정치적 위기가 거듭됐지만, 이 지사는 "만독불침의 경지에 있다"는 말로 본인을 둘러싼 의혹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는 그해 11월 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은 적진에서 날아온 탄환과 포탄을 모아 부자가 되고 이긴 사람"이라며 이 사자성어를 인용한다. '만독불침'은 무협 소설에 나오는 용어로, '어떤 독도 침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지사의 사자성어가 위기 상황에만 등장한 건 아니다. 정치적 비전을 밝히는 데도 중요한 수단이었다. 이번 선언문에서도 언급한 억강부약이 대표적.
⑥억강부약(抑强扶弱)
2018년 경기지사 취임 일성에서도 이 지사는 "평범한 도민의 편에서 '억강부약'을 실천하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취임 후 도청 직원 월례 조회에서도 "행정의 핵심적 역할이 억강부약에 있다"고 강조했다.
'삼국지' 위지·왕수전에 "정사를 함에 강한 이를 누르고 약한 이를 도우며, 상벌을 분명하게 하면 백성들이 칭송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등장한 억강부약은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뜻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지향점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캐치프레이즈인 셈이다.
⑦사불범정(邪不犯正) ⑧본립도생(本立道生)
이 지사는 앞선 성남시장 시절에는 신년사 등을 통해 '사불범정(邪不犯正.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한다는 뜻)', '본립도생(本立道生.기본이 바로 서면 길도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뜻)'이라는 사자성어를 쓰며 정치 행보를 다져나갔다.
사불범정은 당나라 유속이 쓴 필기소설집 '수당가화'에 실린 이야기에서 전해졌다. 본립도생은 '논어'의 학이 편에서 공자의 제자인 유자가 효와 공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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