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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문 열었더니 '델타 변이' 역풍... 관광대국들 일장춘몽 끝나나

입력
2021.07.01 2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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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코로나19 관광 피해' 4500조 추정
터키, GDP 9.1% 감소... 스페인·포르투갈도 타격
5월부터 관광객 입국제한 풀자 '델타 변이' 확산
결국 여행객 규제 다시 강화... 관광수입 회복 난망

지난달 8일 유럽의 대표 휴양지인 그리스 사모스 섬에 관광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다. 사모스=AP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유럽의 대표 휴양지인 그리스 사모스 섬에 관광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다. 사모스=AP 연합뉴스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인가. 지난해 지구촌을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관광대국들이 백신 접종에 힘입어 최근 빗장을 풀었다가, 이번엔 ‘델타(인도) 변이 확산’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관광수익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 관광산업 피해 규모는 올해 말이 되면 4조 달러(약 4,500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전 세계 관광산업이 입은 손실은 2019년과 비교해 약 2조4,000억 달러(약 2,70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정치를 내놓은 뒤 “백신 접종 증가와 함께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선 관광이 재개되고 있으나 연말쯤엔 관광산업 피해 규모가 4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고, 백신 접종이 더딘 국가일수록 타격이 컸다. 최대 피해 국가로는 터키가 꼽혔는데, 관광수입 감소로 인해 국내총생산(GDP)도 9.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에콰도르(9.0%)와 남아프리카공화국(8.1%), 포르투갈(8.0%), 그리스(8.0%), 스페인(7.0%)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역시 관광객이 줄어 올해 GDP가 최대 3.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전통적 관광대국인 스페인과 포르투갈, 몰타와 이탈리아 등의 작년 외국인 관광수입이 전년 대비 최대 80%까지 줄어들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실 해당 국가들은 올해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상승, 신규 확진자 감소세 등에 따라 5월부터 닫힌 국경을 열고, 해외 여행객의 입국 제한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표적이다. 그리스와 터키도 지난달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러시아 등 외국인 여행객 입국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1일부터 상용화되는 ‘유럽연합(EU) 코로나19 디지털 증명서’ 발급도 각국 관광객 증가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였다.


1일부터 유럽연합(EU) 내 백신 접종자들은 '코로나19 디지털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시하면 원칙적으로는 역내 자가 격리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 AFP 연합뉴스

1일부터 유럽연합(EU) 내 백신 접종자들은 '코로나19 디지털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시하면 원칙적으로는 역내 자가 격리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 AFP 연합뉴스

문제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빗장을 풀었더니, 델타 변이가 무섭게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선 델타 변이가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도 지난달 델타 변이 발병률이 20%를 넘어서면서 지배종이 됐다.

해당 국가들은 다시 국경을 조금씩 닫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주부터 델타 변이 확진자가 급증하는 영국에서 오는 관광객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조치했다. 포르투갈도 영국발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늘렸다. 그리스와 터키 역시 자국을 많이 찾는 러시아 관광객들의 입국 규제를 최근 다시 강화했다. FT는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로선 델타 변이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받아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역시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보고서는 “작년엔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의 관광산업 수익이 전년 대비 74% 줄었지만, 올해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이면 피해 규모가 평년 대비 37% 감소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파엘 도메네치 스페인 은행 BBVA의 수석 애널리스트도 “이런 위협적 상황에서 최선의 대책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EU에서 백신을 1회 맞은 인구 비율은 50.4%, 2차 접종까지 모두 끝낸 경우는 32.7%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80%에 달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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