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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박람회 개최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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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의 핵심에는 항상 ‘사회적 합의’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일들이 많은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적대하는 집단들 사이의 골짜기를 메울 수만 있다면 모두가 승자가 되는데,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아무도 이 골짜기를 메우려고 하지 않는다. 파이를 키우지 못하는 상태에서 손해 볼망정 내 것을 지키려 한다. 복지에 재정만 많이 쓴다고 해서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복지국가를 작동시키는 사회적 원리는 적대하는 집단들 간의 합의와 연대이다. 과거의 적이 ‘사회적 파트너’가 되어야 비로소 복지국가가 제대로 작동한다.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사회 곳곳에 빈틈이 생겨나고 작은 구멍은 시간이 지나면서 싱크홀이 된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내년부터는 급가속화되기 시작할 텐데, 수요가 폭증할 것이 분명한 돌봄노동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가. OECD 1위의 노인빈곤율을 생각하면 아무런 돌봄을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사회적 싱크홀이다. 인공지능과 코로나19는 그 싱크홀을 더욱 크게 만든다.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부(負)의 소득세, 공정소득 등 다양한 형태의 소득 보전 방식이 논의되는 배경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의 실종이라는 공포심이 깔려 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싱크홀을 생명의 위협이라는 생물학적 싱크홀로 바꿔놓았다.
사회적 경제는 이런 여러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이윤 창출을 시도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에 있다. 효율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친시장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동체 친화적이다. 사회의 빈틈을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급격한 고령화의 맥락에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한 사회적 싱크홀들을 메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이미 사회적 경제는 고용과 국내 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가 회복탄력성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사회의 싱크홀을 메워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시장이 더 잘 작동하도록 하는 윈-윈 게임이다. 7월 2일부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 경제 박람회는 우리가 가진 사회적 경제의 현실과 가능성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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