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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 상담원들이 파업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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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000년 출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전화방’으로 불리는 업무가 있었다. 직원마다 순번을 정해 지사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야 했다. 건보공단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업무량이 급증했고 악성민원도 늘어났다.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공단은 2006년 공공기관 최초로 고객센터를 설립한다. 직원들은 전화방 업무에서 해방돼 가입자 지원사업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원 600명 중 420명을 외주업체 소속으로 고용했다. 공공부문에도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을 위해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들어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외주화를 가속화시켰다. 현재 1,600여 명까지 늘어난 상담원들은 모두 11개 민간 위탁업체 소속이다.
특이한 점은 상담원들이 ‘정규직’에 가깝다는 것이다. 공단은 업체들과 2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한다. 경쟁입찰이라 2년이 지나면 계약 업체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직원은 바뀌지 않는다. 도급계약서에 "기존 인력을 승계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돼 있어서다. 상담업무가 전문성이 필요한 필수업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여정 건보공단 고객센터노조 서울지회장은 2006년부터 15년째 근무하는 동안 소속 회사가 여섯 번 바뀌었다. 상담원들은 이런 식의 기형적인 민간위탁운영을 중단하고 공단이 직접 고용에 나서라며 지난 2월 사상 첫 파업을 했고, 1일 세 번째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환경의 열악함 탓이다. 공단은 상담처리 건수 등을 중심으로 용역업체 업무수행 실적을 평가한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상담원들의 순위를 매겨 팀별 경쟁을 시킨다. 2019년 기준 상담원들의 1인당 하루 평균 콜수는 120개. '180콜을 받으면 5점 가점', '상위 3%에게 상품권 10만 원 지급' 같은 프로모션이 수시로 진행됐고, 상담시간 3분이 넘어가면 '빨리 끊으라'는 관리자의 쪽지가 날아온다.
이런 현실은 공공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화장실 갈 틈도 없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된 상황에선 국민들에게 양질의 상담을 제공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2016년 '구의역 김군 사건'에서 드러났듯 안전과 관련한 핵심 업무까지 외주화한 공공부문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정책은 공공기관 정규직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공단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객센터 직원의 직고용이 '역차별'이라며 1인 시위까지 불사하고 있다. 2017년 서울교통공사와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벌어졌던 '노노갈등'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비정규직에게 일방적 시혜를 베푼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정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방관자적 태도를 버리고 속히 해법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건보공단 정규직들은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한 적이 있다. 성과주의 확대가 사회보험의 공공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제도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노사 합의로 폐지됐다. 따지고 보면 지금 고객센터 직원들도 같은 요구를 하며 싸우고 있다. 다른 사람의 노동을 존중해야 자신의 노동권도 보호받을 수 있다. 노동자는 노동자와 싸울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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