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확산하는 美 “마스크 의무는 지방정부의 몫”

입력
2021.07.01 08:28
수정
2021.07.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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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델타 변이 비율 26%로 급증… 재확산 공포
"마스크 착용해야" 여론에도 방역당국 선긋기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이 5월 19일 상원 세출소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이 5월 19일 상원 세출소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인도) 변이 확산 우려가 현실화했지만 보건당국은 ‘마스크 착용’ 문제는 각 지방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근거를 들었는데, 미국 델타 변이발(發) 재유행 사태의 새로운 진앙지가 될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백신 완전 접종자들은 미국에서 퍼지는 변이 바이러스를 상당 수준 방어할 수 있다”며 “마스크 의무 착용은 백신 접종자들이 아니라 미접종자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지방 정부에 각자 상황에 맞는 지침을 만들라고 전달했다”며 “백신 접종률이 낮거나 감염자가 많은 곳은 지침을 마련하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여러 주(州)가 실내 마스크 착용 등 방역 규제를 대거 풀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 감염 비율이 단숨에 26%까지 치솟자 마스크 지침을 복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는 자체 분석 결과 델타 변이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며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을 복원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 접종자라 해도 델타 변이 감염을 예방하려면 실내에선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월렌스키 국장은 “WHO가 권고한 맥락은 미국 상황과는 다르다”며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이 15%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미국은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은 성인 인구가 54%,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가 46%에 이르기 때문에 WHO 권고가 꼭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선 감염자가 증가하는 만큼 각 지방 정부들이 각자 정책을 결정하도록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의 위력을 간과했다며 우려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앤드루 페카슈 면역학 교수는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높아질 때마다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난다”며 “아직 이런 집단면역 효과를 볼 수 있는 백신 접종률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숲을 벗어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베크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CNN방송에 나와 “전국적으로는 확진자 수가 안정화하고 있지만 많은 지역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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